환율효과..LCD TV 美의 80%, 카메라 日의 70% 수준

"얼마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자동차 뿐 아니라 전자제품도 사서 들어오는 게 이익이었지만, 이제 환율 덕에 한국 소비자들은 안방에서 거의 세계에서 가장 싼 제품을 구입하는 셈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의 얘기대로 작년 하반기 이후 달러나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같은 전자제품이라도 미국, 일본 등 주요 해외 시장보다 국내 판매 가격이 많게는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 LCD TV 美 할인가보다 국내 최고가가 더 싸
8일 전자.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124만~147만원(가격조사사이트 '다나와' 기준)에 팔리는 LG전자 엑스캔버스 42인치 풀HD급 42LG50 모델의 경우,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www.bestbuy.com)' 정상 등록 가격은 1천200달러, 최저 할인가격은 1천달러다.

지난 6일 원.달러 환율(1천550원/달러)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55만~186만원 수준으로, 최저.최고가 모두 국내 가격이 미국보다 20~21% 쌌다.

심지어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바가지'를 써도 미국의 최대 할인 가격보다 낮은 상황이다.

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고급형 LCD TV 47LG90 모델도 국내에서 최저 285만원, 평균 30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지만, 미국의 경우 베스트바이 최저 할인 가격이 2천달러(310만원), 정상가는 3천200달러(496만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파브 46인치 풀HD급 LCD TV LN46A550P1F 모델 역시 국내 가격은 186만~209만원인 데 비해, 미국에서는 각각 정상가 1천500달러(233만원), 할인가 1천300달러(202만원)에 팔리고 있다.

국내 최고 가격이 미국 할인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TV 뿐 아니라 일반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17kg 트롬 세탁기(F3714EC)와 10kg 건조기(RN1308BS) 패키지의 국내 출고 가격은 320만원 정도다.

그러나 같은 제품의 미국 현지 출고 가격은 3천200달러(496만원)로, 국내 가격보다 55%나 비싸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과거 환율이 1천원선 안팎일 때는 미국.유럽 등 해외 시장이 워낙 취급 규모도 크고 유통망도 발달해 같은 제품이라도 국내보다 쌌다"며 "그러나 작년말 이후 원화값 급락과 함께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 소니 카메라 일본서 128만원, 한국서 85만원
일본 전자제품도 현해탄을 건너가 아키하바라 등 전자상가를 뒤질 필요 없이, 국내에서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엔화 강세를 반영,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일본산 가격을 올려야하지만, 기업들이 경쟁력을 고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값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가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 '소니스타일'에 따르면 DSLR 카메라 '알파'(모델명 DSLR-A350)의 한국 가격은 85만원으로, 일본 7만9천800엔(1천600원/100엔 기준 128만원)보다 34%나 낮다.

캠코더 '핸디캠(HDR-TG1)' 역시 국내 가격(110만원)이 일본 현지가(9만9천800엔=160만원)에 비해 31% 싸고, 콤팩트 카메라 '사이버샷(DSC-T700)'도 국내(49만원)에서 일본(3만9천800엔=64만원)보다 23%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도 비슷한 상황이다.

콘솔 형태의 PS3와 휴대용 PSP의 한국 공식 출고가격은 현재 각각 45만원, 23만원으로, 일본 현지 출고가 4만엔(64만원), 2만엔(32만원)과 비교해 30%, 28%씩 저렴하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초.중반까지만 해도 일본과 한국 가격이 원화로 환산해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작년 하반기 이후 환율 변동으로 한국시장 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며 "환율 부담을 감안하면 가격을 올리는 게 정상이지만, 고객 입장을 고려해 예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당분간 인상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