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침체의 여파로 파산 위기에 처한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 조항을 제대로 마련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 투자자들은 그동안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중국 기업들에게 거액을 투자해 왔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중국 기업들이 미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을 끌어들인 외국인 자금은 총 28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늘어난 투자금을 지킬 '안전망'이 없는 게 문제였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7년 6월 새 기업파산법을 제정, 시행에 들어갔지만 파산 기업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호 조항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위기에 처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각자 살 길을 모색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중국 철강업체 '페로차이나'에 투자한 씨티그룹,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 크레디 스위스 등 7개 투자그룹들은 최근 이 기업에 제공한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정리 절차가 본격화 될 경우 투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시아 알루미늄 홀딩스'의 외국인 주주들은 주식 환매를 고려하고 있다.

회사 정리 절차가 시작되면 투자금을 거의 날리게 될 판인 만큼, 대폭 할인된 가격에라도 주식을 파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동산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동안 주식을 담보로 부동산 업계에 투자금을 제공해 왔는데, 불황의 여파로 부동산 업체들이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주식 가치가 추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