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상하이시 외곽의 펑징전에선 상하이와 항저우를 잇는 고속철도 착공식이 열렸다. 2011년까지 297억위안(약 6조6500억원)을 투입해 시속 350㎞의 자기부상열차를 달리게 할 이 공사는 방사능 누출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2년간 연기되다가 경기부양을 위해 철도 확충에 박차를 가하라는 정부의 강력한 지침에 따라 첫 삽을 뜨게 됐다. 고속철도가 세계 각국 경기부양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속철도는 환경 오염 없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 균형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정상급까지 나서 수주전이 치열하다.
'그린 일자리' 효자… 지구촌은 지금 고속철도 건설중
◆고속철 건설은 그린 일자리 창출 가능

중국은 시속 250㎞ 이상으로 주행하는 고속철도를 1만6000㎞ 이상 깔 계획이다. 2020년까지 5조위안(1100조원)을 투입해 철도 길이를 4만1000㎞ 이상 연장하는 철도 확충 사업의 하나다.

전국 31개 성 · 직할시 · 자치구에 있는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를 고속철도로 연결한다는 구상으로 상하이~항저우 노선도 이에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베이징~상하이 △베이징~친황다오 △상하이~난징 △난징~항저우 간 고속철도 건설에 착공했다.

올해는 길이 2066㎞의 상하이~쿤밍 노선이 착공돼 소요시간을 37시간에서 10시간으로 줄인다. 2020년까지 홍콩과 광둥성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사업에도 홍콩~선전~광저우~마카오~주하이를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이 포함돼 있다.

'그린 일자리' 효자… 지구촌은 지금 고속철도 건설중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도 고속철도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19억달러를 투자해 모스크바 등 18개 도시를 연결할 방침이다. 첫 번째 고속철도가 달릴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노선은 올 하반기 개통된다. 브라질에선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에 205억달러를 투입하는 고속철도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인도는 첸나이~벵갈루루 등 6개 고속철도 노선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베트남 정부도 하노이~호찌민 간 1555㎞ 고속철도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가 끝나는 오는 10월 국회 승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60억달러를 투입,444㎞ 구간의 메카~메디나 간 고속철도를 건설할 방침이다.

미국도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자금 가운데 80억달러를 고속철도 건설에 배정했다. 미국에서 고속철도는 현재 워싱턴DC~보스턴 구간이 유일하다. 레이 라후드 미 교통장관은 "최소 6개 노선의 고속철 건설에 필요한 예산과 소요 기간 등에 대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에서도 고속철도 확충에 나서고 있다.

◆수주전 치열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를 순방하면서 대규모 고속철도 계약을 수주했다. 중국철도공사가 프랑스 알스톰과 합작한 컨소시엄이 메카와 메디나를 잇는 18억달러 규모 1단계 고속철도 사업을 따낸 것이다. 시진핑 부주석도 지난달 브라질 방문 때 철도 건설업체인 중국철도재료의 고속철도 수주전을 물밑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사업에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한국 업체도 큰 관심을 표명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은 아소 다로 총리까지 나서 미국에서 '신칸센 판매 외교'를 펼쳤다.

한국보다 고속철도 개통이 늦은 후발 주자 중국이 해외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자 선발 주자인 유럽 업체들이 강력 견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필립 멜리어 알스톰 사장은 "알스톰이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으로 이전한 기술을 중국 업체들이 수출에 활용하고 있다"며 "중국이 자국 시장에 대해서 외국 기업에 문을 닫고 있으므로 서방 국가들은 중국산 고속철을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