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질서 있게 입장하세요. "(매장 질서요원) "물건 떨어지면 안 되는데….와 크긴 크네,뭐 이리 넓노!"(고객)

3일 부산 해운대 센텀지구에 문을 연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 '신세계 센텀시티'가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오전 10시30분 개장하자마자 한 시간 전부터 줄지어 기다리던 고객 1000여명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이들은 주로 브랜드별로 준비한 한정 기획상품 매대로 향했다. 특히 '개점 당일 붉은색 상품을 사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에 따라 붉은 색 속옷,지갑,가방,셔츠 등 기획상품을 준비한 란제리 · 잡화 매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인천에 사는 김점례씨(74)는 "어제 부산에 사는 딸 집에서 자고 일찌감치 왔다"며 "불황으로 장사가 잘 안 되는 아들과 사위 주려고 빨간색 내의를 여러 벌 샀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세계 센텀시티를 찾는 고객들은 더욱 늘어 오전 11시30분께 4000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에는 '만차' 신호가 떴다. 신세계 측은 이날 방문한 고객이 당초 예상(10만명)의 두 배인 20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고객들은 대부분 매장 규모와 시설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부산 다대포에 사는 이영미씨(52)는 "서울에 있는 백화점도 여러 군데 가봤지만 여기가 훨씬 크고 호화롭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의류소매점을 하는 이정현씨(27)는 "홍콩 하버시티 같은 대형 쇼핑몰을 연상시킨다"며 "다만 매장이 커서 그런지 어수선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센텀시티 1,2층에 자리잡은 명품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1~2일 삼성 · 씨티카드 고객 2만5000명 대상으로 초청장을 보내 진행한 사전 개점 행사에서 올린 매출(42억원)의 절반가량이 명품 매장에서 나왔다.

1일 에르메스 매장은 3억원,샤넬은 2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퍼스널 쇼퍼'(초우량 고객에게 1 대 1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인 한지희 센텀시티 실장은 "메가숍 수준의 명품 매장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서울이나 해외로 원정 쇼핑가거나 여러 백화점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 만족스럽다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백화점과 함께 들어선 온천 · 찜질방 스파랜드와 아이스링크 등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스파랜드에는 이날 오전에만 300여명의 고객이 입장했다.

고객의 반응을 직접 체크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명품업체들로부터 규모나 시설면에서 세계 명문 백화점보다 더 낫다는 얘기를 듣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최고급 서비스로 국내 유통산업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점식 참석 여부로 관심을 모은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화점협회 회장 자격으로 초대를 받았지만 다른 일정이 겹쳐 불참했다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이 사장은 전날 롯데 센텀시티점 관계자들과 함께 신세계 센텀시티점을 방문해 매장을 꼼꼼히 둘러본 후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