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선 다변화ㆍ사업 다각화등 추진

산업팀 = 국내 업체들이 우리 경제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수출 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선진시장뿐 아니라 신흥시장으로 수출길마저 막히면서 올해 수출이 작년 대비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글로벌 실물경제 침체가 해소되는 시점이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점이 기업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 자동차 "연간 판매목표도 못 정해" = 최근 수출 부진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곳은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가 외국공장 생산분을 제외하고 해외로 수출한 자동차 대수는 13만936대로, 작년 1월보다 무려 48.9% 감소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자동차 할부금융 위축 등으로 차량 판매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그나마 `버팀목'이 돼 준 신흥시장에서 최근 수요 감소가 본격화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의 수출 전략지역이었던 동유럽에서 여러 국가들이 부도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점도 신흥시장에서 수출부진을 만회하려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힘을 빼놓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동유럽 수출을 위해 국내에서 선적한 차량은 모두 6천126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64%나 급감했다.

전체 판매량 중 70%를 차지하는 해외시장에서 수요가 급감한 것은 자동차 업체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국내 1위 메이커인 현대차 울산공장 2ㆍ5공장의 투싼 생산라인과 그랜저TG, 쏘나타를 만드는 아산공장이 일시 휴무에 들어갔고 기아차 광주공장도 이달 25∼27일 스포티지 생산라인을 멈췄다.

지난달 근무일수 20일 중 14일과 8일씩을 쉬었던 GM대우 부평 2공장과 군산공장은 이달에도 최대 10일까지 휴무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이 같은 비상체제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아직도 연간 판매목표 등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차 업계는 수요 감소폭이 적은 중소형차 생산을 늘리는 등 해외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중동지역 등 금융위기의 타격이 덜한 시장에 판매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다.

◇ 석유제품 수출 `반토막' 우려 = 지난해 2위 수출품목이었던 석유제품의 올해 수출실적은 가격 하락과 경기 후퇴에 따른 석유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반토막' 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석유제품 수출은 185억8천만 달러로 지난해(367억8천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중국, 베트남 등 각국 정유사들의 설비 증설과 재고물량 증가,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시황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인도 릴라이언스가 정제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올 하반기에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수출회복을 위해 미주지역과 오세아니아,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중단 단계를 거치지 않고 최종 소비자와 직거래 방식으로 수출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또 장기계약을 통한 고정 수출거래선을 확충하며, 원유 도입선을 다양화하고 시황에 맞춰 정제시설 가동량을 조정해 경제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한다는 구상이다.

◇ 조선 빅3 "2월 수주 전무" = 국내 유력 조선업체들은 이미 3년여 간 조업할 물량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큰 타격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수출액이 530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품목 중 1위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조선경기 후퇴 현상은 최근 극도의 `수주 가뭄'으로 이어지고 있어 조선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업체는 선박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당장은 이미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며 예정된 매출을 올리겠지만 아무리 우량한 조선사라도 신규 수주를 통해 선수금을 받지 못하면 단기적인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금융비용도 늘어난다.

향후 조선경기가 되살아난다고 해도 전체적인 발주량은 눈에 띄게 작아질 것이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세계 조선사들과 `작아진 파이'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실정에 놓인다.

조선업계는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기술을 지속적인 개발해 타국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 등에 진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해 갈수록 심화되는 수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 삼성전자 "수출 실적 밝힐 수 없다" = 연초부터 상황이 좋지 않기는 전자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산업별 수출 전망을 다룬 보고서에서 "특히 세계 경기에 민감한 IT(정보기술)와 자동차, 정밀기기의 수출 감소 폭이 클 것"이라며 올해 정보통신기기와 반도체 수출이 작년보다 각각 25.9%, 반도체는 23.7% 급감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 수출 실적 등을 밝힐 수는 없지만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 "작년 말과 연초 북미.유럽 시장 수요가 20~30% 줄고, 독립국가연합(CIS)과 동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40~50%까지 시장규모가 크게 축소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나, 바닥을 기던 LCD.반도체 가격과 수요가 서서히 반등하는 기미가 보이고, 다른 통화대비 원화 환율 상승 등의 유리한 조건도 있는 만큼 당장 다음달 갑작스러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을 중심으로 TV용 LCD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LCD업계의 3월 판매 실적은 1~2월에 비해 비슷하거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