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금융 위기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아시아 신흥시장국 중 위험한 국가라는 진단이 나왔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8일자 최신호에서 17개 신흥시장국의 위기 상황을 평가한 뒤 남아프리카공화국, 헝가리에 이어 폴란드와 한국을 세 번째로 위기에 취약한 국가로 꼽았다.

신흥시장 17개국 중 중국이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는 17개 신흥시장국에 대해 ▲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채무 비율 ▲ 은행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등을 분석해 상대적인 국가별 위험 순위를 매겼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인도, 대만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 전반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데 비해 단기 외채 비율과 예대율이 높은 한국은 예외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채무는 102%(올해 예상치)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예대율도 130%로 두번째로 높아 전체 위험 순위가 동유럽의 폴란드와 같은 수준인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원화 가치는 지난해 달러 대비 40% 가까이 급락했고, 이로 인해 외채 부담이 늘어났다.

동유럽의 금융 위기로 인해 한국은 올해 만기가 되는 1천940억달러의 외채의 기한을 연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미국, 일본, 중국과 맺은 통화스와프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1997~98년 외환위기 때보다는 강인한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경상수지가 소폭 흑자(GDP의 1.3%)를 낼 전망이고, 외환보유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한국의 강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17개 신흥시장국 중 헝가리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평가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헝가리처럼 IMF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금 가격 급등에도 주요 수출품목인 광물 수출 감소세가 뚜렷해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1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 외국인 투자마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