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실질 소득이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2인 이상 전국 가구의 가구당 월 평균소득(명목 기준)은 334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3%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가구당 실질 소득은 302만28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0.2% 감소(2007년 대비)했다.

소득 항목별로는 근로소득과 이전소득이 각각 4.6%와 13.3% 늘었지만 사업소득과 재산소득은 각각 2.6%와 8.7% 줄었다.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이 몰락하고(사업소득 감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재산소득 감소) 의미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소득이 줄면서 '씀씀이'도 급감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24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3.0% 감소했다. 항목별로는 교육비(9.3%) 식료품(4.6%) 보건 · 의료(3.9%) 등 꼭 필요한 필수적인 지출은 늘어난 반면 교양 · 오락(-8.1%) 의류 · 신발(-3.7%) 가구 · 가사(-3.6%) 등 불요불급한 지출은 줄어들었다. 전국 가구 중 적자 가구(가처분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 비율은 28.9%로 전년 동기 29.0%에 비해 다소 개선됐다.

소득 수준별로는 하위 30%에 해당하는 소득 1~3분위의 적자 가구 비중이 53.5%에서 55.1%로,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4~7분위의 적자 가구 비중은 23.0%에서 23.1%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상위 30%에 해당하는 소득 8~10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은 12.4%에서 10.4%로 낮아져 중산층 이하 가구가 경기 침체의 타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