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달 출시할 신형 에쿠스에는 ㈜코오롱이 개발한 3㎛(마이크로미터 ·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의 초극세사 '샤무드'가 내장재로 사용됐다.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차량에 국산 섬유소재가 내장재로 처음 채택된 것이다.

초극세사는 통기성,항세균성,소음 · 고주파 흡수성 등 물성(物性) 때문에 고급 차량의 내장재로 천연가죽 등을 급속히 대체하는 추세다. 하지만 범용제품 생산에 주력해온 국내 섬유업체들은 소재 개발경쟁에 뒤처져 관련시장을 일본 미국 등의 기업에 고스란히 내줘왔다. 벤츠 BMW 등 고급 차량의 내장재로는 일본 도레이의 초극세사 브랜드 '알칸트라'가 주로 쓰인다.

국내 섬유 · 석유화학 기업들이 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주력해 온 저가 범용시장이 포화상태를 맞자 고부가가치 첨단 소재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략이다.

◆친환경 소재가 뜬다

코오롱은 0.6㎛(머리카락 굵기의 5000분의 1) 수준의 초극세사 제품 개발을 끝내고,자동차 내장재 등 급팽창하고 있는 산업용 소재분야에서 한발 앞서 있는 일본업계 추격에 나섰다.

SK에너지는 계열사인 SK케미칼 및 SKC와 공동으로 이산화탄소를 기초 원료로 한 친환경 플라스틱 '그린 폴(Green pol)'소재를 개발,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그린 폴은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에 자체 개발한 촉매를 결합시켜 만든 고분자 화합물로 기존 플라스틱 소재에 비해 투명성,무독성,수분차단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친환경 단열재,포장재,무독성 수지 등 그린 폴이 대체할 수 있는 세계 화학제품 시장 규모는 연간 2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섬유업체들도 친환경 섬유소재 개발에 R&D(연구 ·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폴리에스터 1위업체인 휴비스는 일반 섬유보다 30도 이상 낮은 저온 상태에서 염색이 가능한 비체(Viche)란 소재를 개발,상품화에 성공했다.

폐자재나 옥수수 등을 활용한 친환경 섬유제품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효성은 2007년 세계 최초로 바다 속에 버려진 폐그물에서 원사를 추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페트병을 재활용,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에어로쿨 에코' '원착사' '프리즈마' 등 친환경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웅진케미칼은 최근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섬유 '에코웨이'를,휴비스는 지난해 4월 옥수수에서 추출한 전분을 이용한 친환경 섬유 소재 '인지오(Ingeo)'를 개발했다.

대일(對日) 종속에서 벗어나라

국내 산업의 대 일본 소재 종속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례로 국내 전자업계의 LCD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지만,LCD소재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하다 보니 '앞에서 벌고 뒤로 밑지는' 수익구조에 노출돼 있다.

SK에너지,코오롱 SKC,효성 등 국내 화학 · 섬유업체들은 새 수익원 확보를 위해 LCD 부품소재 개발에 잇따라 착수,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SK에너지는 대전 SK기술원에 TAC(Tri-acetyl-cellulose) 필름 시험공장(Pilot Plant)을 준공,연내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TAC필름은 LCD 편광판에 사용되는 원천 소재로 일본 후지필름과 코니카 미놀타가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코오롱도 공격적 설비투자를 통해 보호필름(protective sheet),프리즘시트(prism sheet),광확산필름(diffuser sheet),포광판(light guide),광반사필름(reflector sheet) 등 LCD 관련 소재 개발에 나섰다. SKC는 쓰치덴,게이와,기모토 등 일본 3개업체가 장악하던 LCD용 광학필름시장에 뛰어들어 이 부문 1위업체로 올라섰다.

일본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국내 업체간 연합전선까지 출현했다. SKC와 코오롱은 지난해 PI(폴리이미드)사업부를 분사해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PI는 휴대폰 · 평판디스플레이 등의 연성회로기판(FPCB) 핵심 부품으로 쓰이며,항공우주 자동차 · 전자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소재다. 듀폰,도레이,가네카,우베 등 미국과 일본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손성태/이정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