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징후 대기업도 사전 강제 구조조정

정부가 공적자금인 구조조정기금을 신설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 보증채권을 재원으로 구조조정 기금을 조성하는 작업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기업 구조조성의 긴박성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채권 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펀드를 만들고 구조조정 기업에 법인세 분할과세 등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 구조조정 공적자금 부활


금융위원회는 19일 자산관리공사(캠코)에 구조조정기금을 설치해 기업 부실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한 기업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한편 부실기업의 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금융회사의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됐던 공적자금이 부활한 셈이다.

금융위는 캠코를 통한 1조3천억 원 규모의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입을 다음 달까지 완료하고 4~5월부터는 은행의 PF 부실채권도 인수할 계획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은행이 보유한 가계대출 및 특정부문 기업대출 등과 관련한 부실채권도 인수, 정리할 것"이라며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인수여력을 확충하기 위해 자본금을 증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 및 지분인수를 목적으로 구조조정펀드도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는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산업은행 등이 구조조정펀드에 적극 참여토록 하고 필요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관련 제도개선도 추진키로 했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화된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를 이번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이 검토 중인 방안은 부실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정상화시키는 구조조정펀드를 만드는 형태다.

우선 1천억 원 규모의 사모주식펀드(PEF)를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이 펀드에 기관투자가들을 재무적투자자(LP)로 끌어들여 자금을 확충해 유동성 부족으로 경영난에 빠진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인수해 2~3년 간 경영을 정상화시켜 되파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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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관계자는 "펀드는 일단 파일럿(Pilot.시제품) 형태로 조성해볼 생각"이라며 "아직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이나 최대한 속도를 내 이르면 3월 중에라도 펀드를 내놓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구조조정 기업 세제 혜택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재정.세제 지원도 가속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우선 구조조정 기업이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할 때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분할과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조세특례법상 세제혜택을 부활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해 보유중인 대출금 등 채권을 포기할 경우 손실을 손금으로 산입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이는 기업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지만 세법 상에서 비용으로 인정해준다는 의미다.

이 제도 역시 외환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시행됐다가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지원안의 예시를 제시한 것"이라며 "기업구조조정 진행 상황에 따라 정부의 지원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재정.세제 지원 방안의 경우 이번 추경을 통해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 부실징후 대기업 강제 구조조정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보완하기 위해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는 채권 금융기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건설 및 조선 구조조정은 다음 달 말까지 완료하고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실물금융지원협의회를 통해 업종별 구조조정의 긴급성 및 방향을 점검해 반영키로 했다.

진 위원장은 "현재 해운업 구조조정의 방향에 대해서는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대기업그룹에 대한 재무구조평가를 실시하는 등 대기업 구조조정도 본격화된다.

금융위는 채권은행을 통해 44개 주채무계열에 대해 작년 말 기준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하고 불합격 게열사를 중심으로 자산매각과 계열사 정리 등을 내용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진 위원장은 "지금은 부실이 현재화되기 이전 단계의 사전적, 예방적 구조조정이므로 외환위기시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건설 및 조선과 같이 부실이 현재화해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신속히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