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주택압류 사태를 막기 위해 최대 2천750억달러를 투입하는 대책을 발표하자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이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한편 이 대책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회에서 경기부양법의 처리 과정에서 강력하게 반대했던 공화당이 주택압류 대책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모기지회사가 주택압류를 유예하고 대출상환 조건을 완화할 경우 1가구당 6천달러씩을 지원하는데 총 750억달러를 투입하는 한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국책모기지업체에 최대 2천억달러를 투입해 모기지 금리의 인하와 주택대출 활성화를 꾀하기로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하원 원내대표인 존 베이너 의원과 원내부대표인 에릭 캔터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정부대책에 대해 6가지의 질문을 내놓고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캔터 의원실이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개한 이 서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주택압류 대책을 발표하기 앞서 언론에 배포됐다.

이들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규정을 지켜 원리금을 상환중인 대다수 주택소유자를 위한 대책은 뭔가 △이번 계획이 1차로 부실 모기지를 야기한 은행에 보상을 제공하는 것인가 △모기지 신청때 자산.소득을 허위로 기재한 사람들도 혜택을 받게 되는가 △대출상환 조건을 완화하기 전에 모기지회사에 대출자의 소득이나 여타 자격요건의 증명을 요구할 것인가 등이다.

또 이번 대책으로 지원을 받은 사람이 추후 다시 대출금 상환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이런 대책을 어떻게 입법화할 것인지도 물었다.

CNN의 정치평론가인 데이비드 거겐은 "원리금을 연체한 사람을 돕는다면 원리금을 상환한 사람과 비교해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예컨대 어떤 부부가 근검절약해 대출금을 갚는데 비해 옆집에 사는 부부는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나고 유흥비로 돈을 펑펑 쓰면서 대출금을 연체한 후 정부로부터 구제를 받는다면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공화당의 제프 플레이크 하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개인의 책임성은 이번 대책과 모순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워커 전 회계감사원장도 CNN과의 회견에서 "주택시장을 위해 무엇인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당연히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지,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지적을 의식해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을 위해 납세자들의 돈을 쏟아 붓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택압류 방지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될 사람이 예기치 않은 부동산 가격의 폭락으로 어쩔 수 없이 연체한 사람인지, 아니면 무분별한 소비로 대출금을 갚지 않아 주택차압 위기에 처한 사람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선의를 갖고 대출금을 상환하던 사람들까지도 `모럴해저드' 상태로 옮아가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에 떨어진 불을 끄지 않으면 더 심각한 사태로 확산된다는 점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서라도 대책을 강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