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압류 막는데 750억달러 지원
오바마 "위기방치하면 더 큰 대가 치러야"


미국 정부는 주택가격 급락과 신용경색으로 주택압류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 2천750억달러를 투입해 900만명에게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을 낮춰주고 집을 차압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18일 발표했다.

이러한 방안은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500억달러 규모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연설을 통해 이러한 내용의 주택압류 사태에 대응한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보유자 안정화 대책'(HSI)이라고 불리는 이번 조치는 주택가격 급락으로 인해 집을 팔아도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태인 주택보유자들이 상환연체 상태에 빠지더라도 집을 압류당하지 않고 계속 집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모두가 주택 모기지 위기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이런 위기가 더 심화되도록 내버려둔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 대책의 핵심은 정부가 연방기금을 통해 모기지회사에 주택압류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한 가구당 최고 6천달러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예컨대 모기지회사가 주택담보 대출을 받은 가계에 대출금 상환조건을 완화해줄 경우 연방기금으로부터 1천 달러를 지원받으며, 주택을 압류하지 않을 경우 1년에 1천달러씩 3년간 3천달러를 제공받게 된다.

이밖에 대출상환 연체가 발생하지 않은 가계에 대해 상환조건을 완화해줄 경우 최대 2천달러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주택압류를 막고 대출상환 조건을 완화하는데 총 750억달러가 투입된다.

이 재원은 지난해 의회가 승인한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서 조달된다.

그러나 투기목적으로 여러 주택을 구입한 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별도로 재무부는 국책모기지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유한 부실 모기지를 최대 2천억달러까지 인수키로 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국책모기지회사들에 2천억달러를 투입하는 이유는 향후 예상되는 부실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모기지 금리의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내 모기지 대출을 받은 5천200만 주택보유자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1천380만명이 부동산 가격폭락으로 인해 집값이 대출원금을 밑도는 이른바 `깡통 주택' 보유자들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총 900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미 정부는 예상했다.

미 정부는 이와 함께 의회에서 파산관련 법률 개정작업에 착수, 법원이 주택담보 대출 상환조건을 완화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한편 이날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실적은 46만6천채(연율환산 기준)로 한달전에 비해 16.8%나 급감했으며 주택신축 허가신청 건수도 52만1천채로 전월에 비해 4.8% 감소해 주택경기가 극도로 부진한 양상을 나타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