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임원 수와 임기를 잇따라 줄이고 있다.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있는 것에 대응해 임원들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13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12명이던 등기이사 수를 9명으로 축소키로 했다. 7명이던 사외이사를 5명으로 줄이기로 한 데 이어 5명이던 사내 등기이사도 4명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같은 날 주총을 여는 SK텔레콤도 사외이사를 6명에서 5명으로 줄여 전체 등기이사를 8명으로 종전보다 1명 줄이기로 했다. SK케미칼 역시 등기이사를 8명에서 7명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코스닥 상장 기업인 네오리소스는 4~10명으로 돼 있던 등기이사 수를 3~4명으로 대폭 줄였다.

임원들의 임기도 짧아지고 있다.

부산의 소주업체인 무학은 다음 달 3일 정기 주총에서 정관을 바꿔 등기이사 임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대폭 줄일 방침이다.

SBSi는 이달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3년으로 돼 있는 등기이사의 임기를 임원에 따라 3년 이하로 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1년인 집행이사들의 임기를 사실상 6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모든 집행이사에 대해 6개월마다 실적을 평가해 재선임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임원 임기를 통상 1년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증권업계의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여서 다른 증권사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앞서 포스코는 2~3년이던 신임 상임이사 임기를 1년으로 줄였다.

기업들이 이처럼 임원 수와 임기를 줄이는 것은 단기 성과를 강조하는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경영 환경이 극히 어려운 만큼 신속한 대응력을 키우고 효율성 있는 책임 경영을 독려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준/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