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올해 경영화두는 '생존'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8일 열린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현재 상황을 위기나 불황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위기가 아니라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SK도 미래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SK불사(不死)' 인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SK는 불황 극복을 위해 계열사별로 2개월 단위의 초단기 경영계획을 수립,급변하는 국내외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비용절감을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계사업 정리와 사업부 분리 등 사업구조 혁신을 통한 체질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불황극복은 비용절감부터

불황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SK의 선택은 비용절감을 통한 원가구조 혁신이다. 주력사업인 에너지와 통신 모두 장치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에너지절약 등을 통한 원가절감은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SK그룹의 대표적인 원가절감 사례는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의 울산 콤플렉스에서 찾을 수 있다. 하루 84만배럴의 원유를 정제하는 울산콤플렉스는 50여개의 단위공장을 가진 대규모 산업단지다. 지난해 소비한 에너지 사용량은 총 224만㎿h로 포스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만큼 에너지 절감으로 거둘 수 있는 금액도 클 수밖에 없다.

SK에너지는 50여개 단위공장의 공정효율 개선을 위해 지난 10년간 200억원을 투자,공장운전 현황 및 공정 최적화 프로그램 등 에너지효율을 높일 수 있는 13개의 전산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SK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현재의 실물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더 장기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인 원가절감 활동을 펼치고 있다. SK건설은 원자재 구입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

SK건설은 여러 공사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원자재를 한꺼번에 모아 구매하는 통합구매를 통해 원자재 구입비용을 낮추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재를 통합 구매하게 되면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데다 현장별 자재량 흐름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쪼갤 건 쪼개고,버릴 건 과감히 정리

최 회장은 최근 회사 사보를 통해 "항상 '데스 포인트(Death Point · 생물의 생존 한계 온도)'를 찾아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악의 경우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준비를 미리 해놔야 한다는 의미다.

SK 계열사들은 생존을 위한 사업부문 정리에도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유 · 무선 연동음악 서비스 멜론을 5년 만에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에 양도했다.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의 사업 분리도 당초보다 앞당겨 추진 중이다.

SK에너지는 내비게이션 등에서 교통 ·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사업을 SK마케팅앤컴퍼니에 넘길 예정이다. SK마케팅앤컴퍼니는 텔레매틱스 사업을 넘겨받아 기존 서비스 이외에도 지도검색과 상업광고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을 계획이다.

한계사업 정리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KC는 작년 4월 폴리이미드(PI) 필름 사업부를 분리,코오롱과 50 대 50 지분비율로 합작사를 설립했다. 합작사 설립을 통해 사업리스크를 줄이고 양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회사 측 방침이다.

SKC는 외환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2002년 공급과잉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CD사업을 철수했고,2005년에는 비디오테이프 사업부를 분사했다. 2006년에는 수익성 확보가 불확실한 휴대폰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SKC 관계자는 "장기불황에 대비하고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끊임없는 사업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