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지난달 중순 열린 'CEO 포럼' 행사에서 올해 매출 목표치를 작년보다 2~12% 줄인다고 발표했다. 포스코가 연간 매출 목표를 특정 증감률로 확정하지 않고 일정한 '범위'로 개략적으로 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악과 최선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경제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겠다는 명분이지만 그만큼 앞날이 불확실하다는 걱정이 깔려 있다. 실적목표가 지난해 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목표치 범위의 간극이 10%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크다.

분기 단위로 해오던 경영관리 주기도 월 단위로 단축했다. 1년은 고사하고 분기단위 전략도 무의미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원자재 가격과 수요시장 동향,환율 변동 등 다양한 변수가 반영돼야 나올 수 있는 영업이익 전망치는 아직 내놓지 못했다.

포스코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공격적인 투자로 돌파할 계획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최근 자동차 조선 등 철강 소비산업의 급격한 수요부진으로 창업 이후 처음으로 감산이 불가피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도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자만이 새로운 경쟁질서에서 강자로 부상될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이를 위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6조원의 국내 투자를 잡아놨다. 우선 광양제철소에 1조8000억원을 들여 연간 생산량 200만t 규모의 후판공장을 하나 더 세운다. 2010년 7월 이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의 후판 생산량은 연간 700만t 이상으로 불어나 세계 1위 후판 생산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고질적인 국내 조선업체들의 후판 부족 현상도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필요한 후판을 국내에서 구하지 못해 한 해 600만t 가량을 수입해 쓰고 있다.

포항에 제강공장도 신설한다. 투자금액은 1조4000억원 정도.늘어나는 쇳물 생산량에 맞춰 제강설비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광양의 제4고로와 포항의 제4고로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하는 계획도 잡혀 있다. 투자재원은 내부자금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기존에 조성한 4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지원 펀드 외에 추가로 6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외주 협력사들이 노후설비를 교체할 때 낮은 이자로 대출해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 납품대금 전액 현금 지불제도도 전 계열사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위기 대응능력을 확충하는 데도 힘을 쏟는다. 원가절감 노력을 배가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고 부문별 특성과 여건에 맞는 차별화된 원가절감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판매처를 다양화하고 판매제품 구성도 '불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