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보호주의 물결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확산되고 있다. 지방정부들이 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우대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맹비난해온 중국도 보호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항저우시는 최근 지역에서 생산된 TV 세탁기 휴대폰 등 가전제품을 구매할 경우 중앙정부 보조금에 별도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가전하향' 정책으로 중앙정부가 가전제품 구매시 구매가격의 13%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항저우산 가전제품을 살 경우 3% 보조금을 더 준다는 것이다.

창춘시는 지역에 있는 이치자동차가 만든 자동차 구매시 검사비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안후이성과 후베이성도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지역에서 생산한 철강 시멘트 자동차 기계장비 가전제품 술 등을 우선 구매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산시성은 지역에서 만든 약이 더 많이 팔리도록 지역 제약업체와 유통업체 및 병원 간 접촉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지방뿐 아니라 중앙정부도 보호주의 경향이 강하다. 중국 정부가 10대 주력산업 진흥책의 하나로 추진 중인 경공업 육성책에 보호주의 조항이 들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경공업육성책에는 소비진작을 위해 술 화장품 귀금속 고급시계 등에 대한 소비세를 내리는 대신 고가 (외국) 소비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는 올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근 발표한 기계장비 및 조선산업 육성책도 보호주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다는 지적이다. 국산 기계장비를 살 때 정부가 리스크를 보상해주고,중국산 원양어선 구매시 정부자금을 지원해온 정책을 2012년까지 연장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경기부양이 세계 수요를 늘려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호주의 확산은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에도 악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WTO(세계무역기구)팀의 송영관 연구위원은 "자기 지역 제품 구매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WTO 규정 위반이지만 지방정부가 구매하는 경우엔 중국이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해 있지 않아 WTO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