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은 4억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를 더 높은 금리의 일반채권으로 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잘못된 판단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외화조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일부의 비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당초 후순위채를 그대로 두고 단순히 금리만 높이는 스텝업(step up)조항을 활용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 채권 교환(exchange offer)을 추진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외화 후순위채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외국계 투자은행(IB) 자문사들과 사태 수습 방안을 강구해 왔다. 투자자들은 10년 만기 후순위채라도 대부분 콜옵션이 행사되고 재발행 절차를 밟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금리를 감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이 채권교환을 검토하고 있는 금리는 후순위채권의 스텝업 조항에 따른 금리(리보+3.65%포인트)와 시장에서 발행,조달할 수 있는 금리(리보+10%포인트)의 중간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2004년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했을 당시의 금리(리보+2.3%포인트)보다 훨씬 높아지지만 시장 조달금리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외화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일이 다가온 국내 은행들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채권교환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채권교환 방식에 대해서는 외국 투자자들의 거부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우리은행 후순위채를 보유했던 투자자들은 후순위채를 팔아치우면서 손바뀜이 일어났다"며 "새롭게 제시되는 금리 수준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원 · 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판단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투자은행인 JP모건 등은 지난주 우리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음에 따라 한국 은행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페널티를 받을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은 북한 미사일 문제의 영향이 컸고,국내 은행들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금리 상승은 러시아 동유럽 등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높아져 시장상황이 신흥국에 불리해졌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달 도이치뱅크 등 유럽계 3개 은행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 단기간 영향이 있었지만 우리은행처럼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으로서는 국내 은행들의 장기 외화조달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외화 유동성을 여유있게 가져가기 위해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며 "다만 외국 언론과 신용평가사 등을 통해 불리한 발언들이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욕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