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소속의 보수적인 상원의원이 은행 국유화에 찬성하는 발언을 하는 등 경제 위기를 계기로 은행 국유화에 대한 미국의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ABC뉴스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조지 스테파노풀로스가 진행하는 ABC 방송 `디스 위크(This Week)'에 출연, "은행 국유화 카드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국유화는 불편한 아이디어"라면서도 "은행과 금융권에 부실자산이 너무 많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1년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은행과 주택시장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매우 두렵긴 하지만 은행 구제를 위한 어떤 프로그램도 정부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정치분석가인 스튜어트 로덴버그는 이에 대해 보수적인 공화당원이 국유화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그만큼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 자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작 오바마 대통령 본인은 지난주 ABC 방송의 `나이트라인(Nightline)'에서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투자를 수행하는 사적 자본의 강한 감각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폴 크루그먼과 같은 저명한 경제학자도 미국 대형 은행들의 부실 대출 규모가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헤쳐나오려면 국유화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번 주 미국 은행들이 처한 제반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불리는 이 작업이 끝나면 정부의 선택은 하나뿐이라고 크루그먼은 말한다.

그는 "정부는 마치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클로드 레인처럼 `은행이 이처럼 재정적으로 문제가 크다니 충격이야'라고 말하면서도 그것을 덥석 잡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국유화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반감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 국유화의 다른 표현을 사용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벌써 일부 영리한 국유화 지지자들은 국유화 대신 `정부 관재(管財)(government receivership)'나 `전사유화(pre-privatization)'를 쓰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