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TV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몽골인 나르망다흐 체웨그메드씨(26)가 7년 만에 '증권인'으로 변신해 금의환향한다. 체웨그메드씨는 오는 5월 말부터 우리투자증권이 지분투자하고 있는 가울투자자문㈜이 몽골 울란바토르에 합작으로 세운 가우리투자증권에서 근무하게 된 것.

정식 근무에 앞서 지난 11일부터 우리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특별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TV에 출연했던 스타로 사내에서 인기가 높아 이름인 체웨그메드를 줄인 '체기'란 애칭으로 불린다. 몽골에선 성(姓)보다 이름 위주로 쓴다고.그렇지만 정작 본인은 '한국말이 유창한 몽골 미녀'라는 표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그보다 앞으로 몽골 자본시장을 이끌어갈 예비 금융인으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몽골의 주식시장은 신흥시장으로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잖아요. 한국은 자본시장법이 시작되는 등 급변하는 시기여서 증권 실무를 익히는 게 흥분도 되고 너무 재미있어요. "

체웨그메드씨가 서울에 온 지는 올해로 7년이 됐다. 최고 명문인 몽골국립대 경제학과 1학년을 마치고 한진그룹 '21세기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장학생으로 뽑혀 2003년 초 처음 한국에 왔다. 당시 5명의 한국 유학생 선발에 몰려든 지원자만 200여명이었다고.

그는 인하대 경제학과(학사)와 KAIST 경영공학과(석사)를 거쳐 지난해 말 가울투자자문에 입사했다. 학부 졸업 땐 경상대학 전체 수석을 차지하기도 했다.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던 한국어는 이제 모국어처럼 편안해졌다.

체웨그메드씨는 몽골인과 한국인은 외모가 비슷하고 언어의 뿌리도 알타이어로 같아 적응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자평한다. 그는 다만 "한국에서는 공부도 잘하면서 술도 잘 마시는 친구들이 많다"며 "전 공부하기에도 벅찼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는 국내 투자자문사도 헤지펀드로 변모해 몽골의 풍부한 천연자원이나 농산물 관련 상품에 투자하게 되는 만큼 '체기' 같은 인재가 절실하다"며 "그는 한국어 영어 터키어 등이 능숙한 데다 이해력도 빨라 탐나는 재원"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최초로 실시한 경제이해력 검증시험 '테샛(TESAT)'에 응시하기도 했다.

체웨그메드씨는 TV 출연에 대해선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이 모여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을 교환한 것은 재미있고 좋은 추억"이라고 말한다. 다만 몇몇 친구들이 점차 스스로를 연예인처럼 생각하고 프로그램 성격도 일부 엔터테인먼트 토크쇼처럼 변해간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고 덧붙였다.

글=문혜정 기자/사진=임대철 인턴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