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와 관련해 상반된 결정을 내리면서 은행권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것은 외화 후순위채를 만기 전에 되사준다는 것이다. 금융계는 글로벌 금융여건을 감안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우리은행이 맞다는 측과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내 은행에 대한 신인도 제고를 위해선 신한은행처럼 콜옵션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콜옵션 행사 상반된 결정

우리은행은 2004년 2월 발행한 4억달러 규모 10년 만기 후순위채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규 발행에 따른 비용부담과 극히 불안정해지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감안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4억달러를 중도 상환하고 난 뒤 새로 그만큼을 발행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설령 재발행하더라도 2004년처럼 가산금리 3% 수준에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시됐기 때문이다. 유럽시장에서 도이치뱅크가 최근 콜옵션 행사 요구를 거절했다는 점도 우리은행 선택의 배경으로 작용했고 정부와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틀 뒤 180도 다른 결정을 내렸다. 콜옵션을 행사해 해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채권을 되사주기로 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올 2월과 11월께 각각 5000만달러와 4억달러 채권에 대한 콜옵션 행사시점이 돌아온다. 신한은행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뢰도를 위해 국제관행인 콜옵션 행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농협의 선택은

금융계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결정을 실리와 명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콜옵션 행사시점이 돌아오는 외화 후순위채는 2004년에 발행된 것으로 금리는 리보에 3% 정도를 더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 시중은행들이 4억달러 규모로 5년 혹은 10년짜리 후순위채를 발행하려면 리보에 7~8%를 얹어줘야 한다. 그나마 발행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발행 자체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달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가산금리가 6%를 넘는 실정이다. 콜옵션 행사를 거부하면 금리가 1%포인트 높아진다는 것을 감안해도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콜옵션에 나서지 않으면 국제금융시장에서 평판이 급격히 악화된다. 실제 무디스는 콜옵션을 받아주지 않기로 한 우리은행에 대해 재무등급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 공은 5월과 6월 각각 3억달러와 2억5000만달러의 외화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기일을 맞는 기업은행과 농협으로 넘어왔다. 두 은행은 명분과 실리를 놓고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용어풀이

◆후순위채와 콜옵션=후순위채는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상환의 우선순위가 뒤지는 채권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은행이 만기 10년 이상인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발행액의 100%를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준다. 콜옵션(Call Option)이란 발행자(은행)가 만기도래 전 되사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후순위채는 통상 10년 만기로 발행돼 5년 후 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해 중도 상환하는 게 관례다. 실제로는 5년짜리 채권을 발행하는 데도 마치 10년짜리 채권을 발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만들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