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인 보유외환의 운용방식을 '피동(被動)'에서 '주동(主動 · 능동의 의미)'으로 전환,중국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 에너지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는 미국 국채 등 그동안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에서 해외 기업이나 자원 인수,국내 경기부양 등으로 투자대상을 다변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5일 '피동에서 주동으로,중국 거액 외환보유 운용방식 중대변화'라는 기사에서 관련 인사들의 말을 인용,정부가 효율을 우선으로 외환 투자방식을 전환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언론이 보유외환 관리방식 기사를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화통신은 전문가들의 전망을 통해 보유외환이 향후 △내수부양 △해외 자원 및 기업 인수 △글로벌 영향력 확대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회견에서 "보유외환은 대외무역과 대외투자에 쓰여야 하며,이런 이유로 중국은 (보유외환을 활용해) 선진 장비와 기술을 도입하려 한다"고 밝혔다. 줘샤오뤠이 인허증권 연구원은 "선진 설비와 기술 도입은 중국 국내의 투자 증대로 곧바로 이어져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유외환을 국내 시장에 직접 투입할 경우 위안화 급변동과 통화팽창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입을 통한 경기부양에 사용키로 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조만간 대규모 구매사절단을 유럽 등에 파견할 계획이다.

해외 자원과 기업 사냥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영업체인 중국알루미늄(차이날코)이 호주 리오틴토에 사상 최대 규모인 195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것이나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볼보 등의 인수전에 나서고 있는 것 등은 외환운용 방식의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유외환은 글로벌 영향력 확대의 실탄으로도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최근 "보유외환을 남미나 아프리카에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국제 금융계는 특히 중국의 보유외환 운용방식 변화가 미 국채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국이 보유외환 운용을 공격적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이는 사실상 미 국채 매입의 축소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이는 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작년 말 현재 1조9460억달러에 달하며,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11월 말 현재 6819억달러다. 중국 정부는 미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 등에도 6000억달러가량을 투자,보유외환의 60~70%를 달러표시 자산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에서는 미 국채 매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유자산의 가치 하락을 막고 세계경제 회생의 핵심인 미국 경제의 부활을 위해 중국이 미 국채를 계속 사야 한다"(둥위핑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연구원)는 주장과,"투자가치가 없는 미 국채를 매도하고 다른 자산을 사야 한다"(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보고서)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관변 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의 인젠펑 연구원은 "미 국채의 추가 매입 등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미국이 앞으로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화하거나 무역분쟁을 일으킬 경우 미 국채 매도라는 카드가 쓰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