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도 못 따라가는 펀드는 가라."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100~1200의 좁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인덱스펀드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코스피지수 수익률에 못 미치는 일반주식형(액티브) 펀드가 속출하는 가운데 인덱스펀드는 싼 비용에다 분산투자로 우수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액티브펀드 평균 수익률은 4.94%로 인덱스펀드(5.63%)를 밑돌고 있다.

일부 펀드들은 지수상승률에다 현 · 선물 간 가격 차를 이용한 무위험 차익거래 수익까지 덤으로 얻어, 지수보다 짭짤한 초과 수익을 내고 있다. '유진인덱스알파종류형파생상품1c'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6.66%로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그랑프리인덱스알파파생상품1C' 'NH-CA프리미어인덱스파생상품1A' '미래에셋맵스KOSPI200인덱스파생상품1C-e' '동부해오름인덱스알파파생A' '한국인덱스플러스종류형파생상품S-1C' 등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6%를 넘고 있다.

홍융기 삼성투신 인덱스본부 퀀트전략팀장은 "기업의 수익성이나 주가 예측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개별 위험이 높아 액티브펀드의 수익률이 인덱스펀드보다 부진하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는 특정 지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펀드다. 지수 구성종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차익거래로 초과 수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종목 선정을 위한 별도의 리서치 조직이 필요하지 않으며 낮은 매매 회전율로 인해 액티브펀드보다 운용비용이 매우 적다.

또한 지수를 구성하는 여러 종목들에 투자하기 때문에 특정 종목 집중 투자에 의한 위험이 작다는 장점도 있다. 운용 자체가 투명하다는 것도 큰 이점이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인덱스펀드 시장에도 작은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판매사들이 고객 성향을 파악해 펀드를 권유해야 하는데, 파생상품에 일부 투자하는 인덱스펀드가 해외주식형펀드와 함께 '초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김철훈 한화투신 대표는 "위험이 전혀 없이 차익거래만 하는 인덱스펀드를 '파생상품'에 투자한다는 이유만으로 '초고위험'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도 "현 상황이라면 지수 구성 종목만을 편입한 인덱스펀드들이 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지수 구성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짜 놓고 그 안에서 약간의 비중을 조절해 지수대비 연 2~3%의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정통 인덱스펀드들의 경우 차익거래 수익은 포기해야 하지만 장기주식형펀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