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 회의론 증폭, 원유재고량 증가 영향

국제유가가 5일 연속 하락하면서 2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유 재고량의 기록적인 증가세와 함께 전날 미국 상.하원이 합의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회의론이 증폭되면서 향후 원유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유가를 계속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WTI는 전날 종가보다 1.96달러(5.5%) 하락한 배럴당 33.98 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19일 이후 최저치다.

반면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27센트(0.6%) 오른 배럴당 44.45 달러에 거래됐다.

이로써 WTI는 올해 들어 24% 하락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63%가 떨어졌다.

또한 WTI와 브렌트유간 선물 거래가 격차는 지난 1월 16일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이날 유가 하락은 전날 미 에너지부의 원유 재고량 발표에 따른 여파가 증폭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주 원유 재고량이 472만 배럴 증가해 재고 규모가 3억5천8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275만 배럴 증가를 예상했었다.

이로써 원유 재고량은 1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 20주동안 18차례에 걸쳐 증가한 재고량은 5년간의 평균 재고량 보다 16%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부양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유가하락을 견인했다.

트래디션 에너지의 애디슨 암스트롱 애널리스트는 "경기부양법안이 타결된 것은 잘된 일이다.

그러나 법안이 실물 경제속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수개월 또는 반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때까지 원유의 초과 공급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린드 웨들럭의 아담 클로프펜스타인 시장 분석가는 "경기부양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론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1일 전세계 원유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재고량이 기대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가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2월에 석유 수출 물량을 3.5%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5년내 최대의 월간 선적 하락률로, OPEC 회원국들이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감산 약속을 이행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암울한 경제지표들도 유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 노동부는 1월말 현재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미국의 실업자수가 500만명에 육박해 해당통계 작성이후 최고기록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또 미 상무부는 1월 소매판매 실적이 전월에 비해 1.0% 증가해 7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했지만, 주요 유통업체들의 할인판매에 따른 일시적 소매판매 증가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