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과 펀드가 소유한 중대형 빌딩은 기업 구조조정의 본격화와 부동산펀드의 관망세로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소형 빌딩은 저금리 기조로 인해 버텨내는 힘이 생겼습니다."

김민구 포커스에셋&인베스트먼트 이사(35)는 올해 빌딩 투자 시장을 전망할 때 중대형과 중소형 빌딩을 나눠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포커스에셋은 빌딩 투자 중개는 물론 임대,자산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컨설팅해 주는 회사.대형 빌딩은 대기업 계열사나 외국계 컨설팅사가 장악하고 있지만 중소형 빌딩 분야에서 포커스에셋의 브랜드 가치가 꽤 높다. 중소형 빌딩이란 10층 내외,연면적 3300㎡ 이하의 근린업무시설,상가빌딩,상가주택 등을 뜻한다.

김 이사는 "빌딩 시장 거품이 빠지고는 있지만 중소형 빌딩 시장에선 급격한 가격 하락세는 없을 것"이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는 "중소형 빌딩 급매물은 작년 8~10월에 집중돼 나왔고 11월부터 소화돼 시세가 많이 회복됐다"고 전했다. 작년 한 중소기업이 50억원의 빌딩을 사옥용으로 샀다가 자금 압박으로 5개월 만에 40억원에 내놓았는데 요즘은 이런 급매물이 뜸하다는 얘기다.

매도 호가와 매수 희망가 간 격차도 많이 좁혀졌다. 즉 작년 하반기엔 시세 100억원의 빌딩이 있으면 매도 호가는 110억원 매수 희망가격은 90억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매도 · 매수 간 가격갭이 10억원 정도로 간극이 줄었다는 것.

김 이사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와 지금의 시장환경이 완연히 다르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IMF 위기 이후에는 금리가 고공행진을 했고 빌딩 공실률이 높아 경매로 나오거나 싼 가격에 내던지는 급매물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인 투자자들이 IMF 학습효과로 대출 비중을 상당히 줄이는 등 위기관리를 하고 있어 급매물이 당시보다 많지 않다"고 전했다.

2002년 포커스에셋 창립 멤버로 빌딩 시장에 뛰어든 김 이사는 7년간 1000건이 넘는 빌딩 매매를 중개했다. 30억~300억원 내외의 투자 자금을 가진 고객을 200명가량 확보하고 투자자문을 해오고 있다.

포커스에셋은 특히 빌딩 매매 중개를 한 뒤 수수료를 받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후 자산관리,수익성관리 등 제반 사항을 체크해 준다. 김 이사는 "한번 고객과 인연을 맺으면 투자한 빌딩을 매각한 뒤에도 다른 빌딩 투자를 주선하고 중개 · 컨설팅해 평생 관리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빌딩에 대한 모든 사항은 물론 투자자의 니즈 등을 건물주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김 이사는 이 업계에서 '빌딩박사'로 통한다.

"2005년 서울 대치동 테헤란로 인근 상업지역에서 대지 380㎡,2층 건물이 85억원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당시 시세보다 좀 비싸다고 보고 다들 매수를 꺼렸는데 저는 과감한 투자를 고객에게 권유했죠.2층 건물을 헐고 12층으로 신축한 뒤 임대에 성공하면 수익성(총 임대수익/총 투자비용)이 연 12%는 될 수 있다고 청사진을 보여줬습니다. "

이 고객은 김 이사를 믿고 바로 매입했으며 12층 빌딩을 짓는 것까지 총 140억원을 투자했다. 이 고객은 작년 2월 이 빌딩을 250억원에 매각해 79%의 수익률을 올렸다.

김 이사는 올해 시장 전망과 관련,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 연체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내다보고 수익성을 낮춰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실률은 10% 미만,임대 연체료가 발생하지 않는 매물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올해 중소형빌딩 평균 투자수익률을 강남권의 경우 연 5%,강북지역은 5~5.5%로 예상했다.

김 이사는 또 "무리한 금융 차입이나 과도한 기대수익률을 갖고 투자하기 보다 자신의 투자 목적에 따라 적합한 빌딩을 선별할 것"을 당부했다. 또 불황기에는 업무용 빌딩보다 각종 상가점포가 입점하는 상가 빌딩 투자가 안전하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의 경우 강남만 고집하지 말고 강북 뉴타운 역세권 지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남권 빌딩 시세에는 아직 10~20% 거품이 껴있으므로 개발호재가 있는 강북 뉴타운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중소형 빌딩의 투자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용산,한남뉴타운을 낀 이태원 등을 꼽았다.

상가빌딩 리모델링도 고려할 만하다고 김 이사는 추천했다.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법정 상한은 300%이지만 서울시가 조례로 250%로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6층까지 올릴 수 있는 건물이 5층밖에 못 올라간 꼴이다.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해 법정 상한까지 허용하겠다고 이미 밝힌 만큼 층수를 좀 더 올릴 수 있는 리모델링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는 마지막으로 현재 수익률에 집착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중소형 빌딩은 대부분 관리가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재 수익률에 집착해선 안됩니다. 인근 상권과 임대료 등을 분석하고 업종 변경과 임대 갱신을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리면 진흙 속 진주를 찾을 수 있죠."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