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때 대거 국내에 진출해 짭짤한 재미를 봤던 외국계 사모펀드(PEF)들이 다시 한국시장에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달러가치 상승으로 구매력이 높아진데다 주식과 부동산 등 국내 자산가격이 크게 하락해 투자 매력이 생겨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외국계 PEF의 움직임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역시 블랙스톤과 오크지프 등 그동안 한국시장에 들어오지 않았던 펀드의 진출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국민연금과 합작으로 투자할 계획이며 독자적으로 국내 대형 부동산 매입작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헤지펀드인 오크지프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오비맥주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 국내에서 다른 기업매물 물색작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제일은행과 하나로텔레콤 인수 및 매각으로 큰 차익을 남긴 후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던 뉴브리지캐피털도 최근 한국시장에서 투자 대상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펀드는 2003년 이후 작년까지 인수합병(M&A)시장에서 인수보다 이전에 인수한 회사 매각을 통해 차익실현을 해왔다"며 "최근 국내 자산가치 하락으로 다시 투자 매력이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해 한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매물을 내놓을 경우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외국계 PEF들은 과거 국내기업들 중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시 회사를 뱉어낼 수 있다고 보고 이들 기업의 흐름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우선 팔릴 만한 괜찮은 회사를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두산은 최근 구조조정을 위해 소주사업 부문과 테크팩 등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를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인수주체가 될 수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많은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 외환위기 때처럼 시장을 외국계가 싹쓸이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펀드들이 공동 투자를 위해 많이 찾아오고 있지만 돈이 될 만한 매물이면 국내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꽤 있기 때문에 외국계가 쉽게 시장을 장악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