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인턴 10만명 시대'는 경기불황의 또 다른 산물이다. 어떡하든 실업자를 줄여야 하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다보니 궁여지책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 청년인턴이다.

청년인턴제는 대학 졸업자나 졸업 예정자 중 아직 취직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총대는 정부가 메고 있다.

정부는 현재 1만1000명 수준인 '행정인턴'을 조만간 1만7000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에도 사실상 할당방식으로 청년인턴을 늘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민간기업에도 인턴보조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인턴자리를 만들어 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1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청년인턴제가 눈앞의 청년실업 문제를 일시적이나마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단기간에 청년인턴을 확대하다보니 원래 취지와는 달리 허드렛일만 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인턴제 확대는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청년실업을 해결할 보도(寶刀)가 될 수 있고,아니면 '헛발질'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공기관에서 대기업까지…인턴열풍

작년 말부터 늘기 시작한 청년인턴은 현재 9만여명(일부 계획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채용한 행정인턴 1만1000명을 비롯 △공기업 및 공공기관 1만6000명 △금융회사 6600명 △중소기업 2만5000명 △해외인턴 7500명 △대학 3600명 등이다. 여기에 대기업 등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2만여명을 합치면 9만여명에 달한다.

정부는 행정인턴의 경우 조만간 5600명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 대 기업에서 1만명,중소기업에서 25000명의 인턴을 늘릴 예정이다. 10만명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가 실시하는 행정인턴의 경우 월 100만원의 보수로 10~11개월간 근무한다. 청년층들 사이에 인기도 높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연초에 원서접수를 실시한 결과 18명 모집에 400여명이 지원,2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명을 뽑는 여성부에는 210명이 몰렸다. 국무총리실에는 8명 모집에 484명이 지원했다.

단순히 지원자 수만 많은 게 아니다. 고위 공무원들과 같이 일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유학파나 MBA(경영대학원) 졸업생 등도 몰려 들었다.

정부에서 시작된 인턴채용을 민간기업 전반에 확산시키려는 방침도 세웠다. 대기업이 인턴을 채용하면 인턴 임금의 최대 절반까지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키로 했다.

중소기업은 현재 50%까지 지원해 주는 것을 80%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호응해 민간부문에서는 당장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이 속속 인턴 신규채용 계획을 밝히고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총 6600여명의 인턴을 채용할 예정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인턴 2000명을 채용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인턴직원 850명의 배치를 마쳤으며,신한금융그룹도 82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청년취업난 해결책으론 역부족

공공기관 인턴이건,민간기업 인턴이건 인턴 경험을 해본 예비취업자들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턴제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인턴기간에 하는 업무라는 게 복사 심부름 같은 허드렛일이 대부분이어서 인턴들이 해당 조직에 대해 갖는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근무 중인 인턴 K씨는 "최근 도지사가 간부회의에서 인턴사원들이 1주일에 하루는 감귤농가 지원,하루는 양배추 농가돕기에 참여시키고 나머지 3일만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지시해 인턴들 사이에서 '이러다가 막일꾼 되는 게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공공부문 청년인턴이 일자리냐.인턴들에게 한 달에 100만원 준다고 청년실업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질 낮은 빵도 필요하다" 반론도

인턴제도의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해 정부 및 몇몇 전문가들은 "지금은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피자 먹을 때가 아니다"고 반박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시기라면 인턴제 확대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틀린 얘기가 아니지만 지금은 비상시기"라며 "질 낮은 빵이라도 먹어야 살 시기에 '그런 빵을 어떻게 먹냐'고 주장하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가"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15세 이상,29세 이하 청년층 취업자수가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24만명이나 감소하는 등 청년취업난이 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청년실업 확대→소비부진→경기침체 장기화→취업난 심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 정부 목표인 3% 안팎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더라도 청년층 영세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며 "정부가 인턴제 등 과거에 높은 효과를 냈던 대책들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