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광산업체인 호주 리오틴토를 놓고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빌리턴과 중국 국영기업 간 M&A(인수 · 합병) 전쟁이 재연되고 있다. BHP빌리턴의 적대적 인수 시도를 거부한 리오틴토가 중국 국영기업인 차이날코에 인수될 운명에 처하자 BHP빌리턴이 이를 무산시키겠다며 또다시 인수전에 나선 것이다. 리오틴토는 39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억달러를 10월 말까지,추가로 100억달러를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생사기로에 몰려 있는 상태다.

中ㆍ호주, 세계 2위 광산업체 M&A 2라운드
중국 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차이날코는 12일 리오틴토에 19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리오틴토가 보유한 광산 개발을 위한 합작사 투자에 123억달러,리오틴토의 전환사채(CB) 인수에 72억달러 등이다. 이는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차이날코가 인수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리오틴토 지분율은 현재 9%에서 18%로 늘게 된다.

이에 대해 BHP빌리턴은 리오틴토에 새로운 지분 인수를 제안하기로 했다며 리오틴토 경영진이 이를 거부할 경우 직접 리오틴토의 주주들을 설득해 차이날코의 인수를 무산시킬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BHP빌리턴은 지난달 호주의 라벤스토르프 니켈 광산 생산을 중단하고,6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힐 만큼 상황이 좋지 않지만 리오틴토가 차이날코로 넘어가는 것만은 저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BHP빌리턴과 차이날코의 M&A 전쟁은 원자재 생산업체와 수요업체 간 파워게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차이날코가 리오틴토를 인수하려는 것은 저가에 원자재를 공급받기 위해서다. BHP빌리턴으로선 덩치를 키워야 협상 파워를 키울 수 있다.

리오틴토 인수전의 역사는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차이날코는 미국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와 손잡고 리오틴토 지분 9%를 사들였다. BHP빌리턴이 추진해온 리오틴토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에 딴죽을 걸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어 BHP빌리턴의 리오틴토 인수가 리오틴토 경영진의 거부로 지난해 11월 무산되자 차이날코는 리오틴토를 직접 사들이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날코가 BHP빌리턴의 산을 넘더라도 리오틴토 인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우선 호주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원자재 부국인 호주로선 차이날코 손을 들어줄 경우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리오틴토의 발표 직후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외국인투자법을 신속히 개정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심사를 보다 엄정하게 실시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리오틴토의 일부 주주들도 리오틴토의 광산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며 중국으로 넘어가는 데 반발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