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정책팀 = 경상수지가 적자일 때 자본유입이 급격하게 정지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추가경정예산 규모로는 10조~20조원 정도가 적절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 "금융상품 감독 강화해야"
이종욱 서울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48개 경제 관련 학회들이 12일부터 이틀간 성균관대에서 공동진행하는 200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글로벌 신용위기의 한국경제로의 파급 메커니즘: 진단과 대책'이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과 같은 시장은 외화표시 국내채무와 경상수지가 취약하므로 글로벌 요소에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상수지가 적자일 때 자본유입이 이뤄지지 않는 급정지 위험에 한국경제가 노출돼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번 신용위기 과정에서 정부당국과 정치권 중 한국경제의 외부 충격의 취약성을 상시 감시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곳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이후 선진국 반열에 속한 국가로 생각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이나 금융기관 측면에선 신흥국가에 불과하다"며 "자신들의 위치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과 국회에 국제금융환경 변화를 보고하는 정치 중립적인 위원회(가칭 '국제금융위원회')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금융상품과 금융기업에 대한 감독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경험과 해외연수를 통해 전문지식이 많은 경제 전문관료가 나올 수 있도록 이들의 연령층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 "외환시장, 관리변동환율제 바람직"
김태준 동덕여대 경제경영학부 교수와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향후 외환정책의 과제'라는 논문을 통해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에서 채택할 수 있는 환율 제도는 '관리변동 환율제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처럼 외환시장 규모가 작고 효율성이 확보되지 못한 국가에서는 미국처럼 완전자유변동환율제도에 기초해서 경제를 균형상태로 운용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자국 통화를 달러로 대체하는 경직적 페그제도 또한 현실적으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책 당국은 환율의 변화 추세는 용인하되 변동속도가 과대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이 환율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과 방안을 확보할 수 있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정책의 성공도 정책 당국의 신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장기적인 분석에 기초해 환율변화속도와 변동성을 줄인다는 원칙 아래 외환 당국 간 긴밀한 협조를 통한 일관성 있는 개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새 정권의 1기 경제팀이 구사한 외환 정책에 대해선 "신정부 출범 초기 환율 상승을 목적으로 한 외환매입은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으나 구두 개입은 시장의 신뢰를 저하해 적절한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하반기에 환율 하락을 목적으로 한 외환 매도 시장개입은 외환보유액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변화 속도 조절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 "추경편성 적정 규모 10조~20조원"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조세.재정정책의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논문에서 올해 추가경정예산 규모로는 10조~20조원 정도가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추경 규모로 제안할 수 있는 범위는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 즉 10조~20조원 수준"이라면서 "추가적 감세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추경 후 관리대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의 3.5~4.5% 수준으로 이 정도가 우리 재정 여력에서 감내할만한 수준의 최대 범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의 방향에 대해 더 이상의 감세정책을 지양하고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재정 집행 시기 조정을 통한 수요 진작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현재처럼 조기 집행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자칫 사업의 부실과 예산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1년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의 감세와 작은 정부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판단하며 감세와 적자정부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조세부담률 수준 자체를 수년 내 20%대로 낮추는 감세정책은 포기돼야 하며 감세를 하더라도 한시적인 세율 인하와 같은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재산과세의 경우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의 기본방향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새 정부가 감세와 지출 확대로 재정 수지가 참여정부 시절보다 2.3배 이상 나빠졌으며 재정 지출 또한 고용 창출 효과가 낮고 단순 노무직 위주인 토목.건설 공사에 치중해 경기 진작책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경인 운하와 관련해서는 "경인 운하 사업은 경제성과 추진 방식에 있어 많은 문제가 있는 사업이라 판단되며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