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업체 엘피다가 대만 반도체 3사와 통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이닉스를 넘어 D램 업계 2위로 올라설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 산술적으로도 하이닉스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향후 감산 효과를 감안하면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가 지난 6일 밝힌 지난해 4분기 잠정 D램 업계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30.0%, 하이닉스가 20.8%이며, 엘피다 15.5%, 프로모스 2.1%, 파워칩 1.7%로 나타났다. 렉스칩은 엘피다와 파워칩의 합작공장이므로 두 회사 점유율에 포함돼 있다.

이를 근거로 보면 엘피다가 대만업체들과 통합을 해도 점유율 19.3%로 하이닉스에 비해 1.5%포인트의 격차가 있다.

무엇보다 통합 후 생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향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해 하이닉스가 탄생했을 당시도 일시적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넘어섰지만 곧 생산량을 줄여서 2위로 내려선 바 있다.

김영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탄생했을 때보다 현재 업계 상황이 더 안 좋다"며 "엘피다와 대만 업체들의 고객이 겹치는 부분이 있고, 현재 생산량을 유지할 만한 재무적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3월 결산법인인 엘피다는 2008회계년도에 1000억엔 이상 손실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D램 가격이 바닥을 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투자를 많이 해서 생산을 늘리기보다 원가경쟁력을 높이는게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원가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술력 측면에서 엘피다가 한국 업체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최근 잇따라 40나노급 제품을 개발하고 내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엘피다는 이제 50나노급 기술을 개발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런가하면 대만의 프로모스는 아직도 80나노급 수준에 불과할 정도다.

김 연구원은 "50나노급을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하기에는 1년 가량이 걸리는 등 한국 업체들과 엘피다는 2년 이상 기술 격차가 있다"며 "한국 업체들과는 현재 기술력으로 경쟁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합친다고 해서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규모를 키우는 것이 어떻게 보면 요즘같은 불황기에 투자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D램 '치킨게임'에서 부실 업체들이 퇴출되는 극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공급자 수가 줄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D램 업계 4위인 독일의 키몬다가 지난달 말 파산신청을 한 상태다.

서도원 한화증권 연구원은 "D램 회사들이 합종연횡해서 시장 참여자가 줄게 되면 과도한 공급과 과잉 경쟁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길게 봤을 때 치킨게임의 끝을 향해 가는 수순이며, 기존 D램 업체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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