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 등 경제살리기를 위해 3조달러를 투입하는 등 팔을 겉어붙였다.
정부와 의회,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함께 나섰다. 그렇지만 아직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이유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11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대 2조달러를 투입해 금융권의 부실자산을 인수할 민관합동 기금을 만들고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금융안정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의 명칭을 바꾸고 마련된 이번 '금융안정계획'의 골자는 ▲금융권의 부실자산 해소를 통한 재무 건전화 ▲소비자와 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 ▲ 은행에 대한 추가 자본 투입 등 3가지이다.

이 계획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민간부문과 함께 '민관 투자펀드'(PPIF)를 만들어 금융위기의 핵심요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관련 자산을 인수한다.

PPIF는 우선 5000억달러 규모로 만들어진 뒤 최대 1조달러까지로 그 규모가 늘어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부실자산 인수를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높여주면 대출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또 금융안정기금(FST)을 만들어 은행의 전환우선주 매입을 통해 금융회사에 추가 자본을 투입하고 주택압류 방지를 위해 500억달러를 동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FRB와 함께 은행 등 금융기관의 신용경색 해소를 위한 긴급유동성 지원창구인 자산담보부증권대출창구(TALF)의 지원 규모를 기존의 2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와 FRB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조5000억달러에서 최대 2조달러까지 투입하게 됐다.
가이트너 장관은 "신용이 없이는 경제가 성장할 수 없는데 현재 금융시스템의 핵심이 훼손됐고 금융시스템이 경제회복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역행하고 있어 이에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가이트너는 이어 "미국인들이 금융기관들의 지도자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납세자들의 돈을 정부가 사용하는 방식에 회의적이기 때문에 난관이 크다"고 지적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은 정부 지원이 없을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대출이 활성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 지원을 받는 은행은 배당금이나 기업 인수, 경영진 보수 등에서 더 엄격한 제한을 받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금융시장 안정대책에는 자금조달이나 시행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실자산 인수를 위한 펀드는 지금까지 검토돼온 '배드뱅크'를 대신해 마련된 것으로 관측된다. 부실자산 가치 산정과 인수에 민간을 참여시키겠다는 것이지만, 그 효과는 물론이고 민간부문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확실하지 않다.

가이트너는 금융위기에 대응한 이번 안정책이 이날 상원에서 통과된 8000억달러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보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상원도 이날 838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찬성 61대 반대 37로 가결했다. 경기부양법안에는 2930억달러 규모의 감세와 5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새로 지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 하원은 지난달 공화당 의원의 전원 반대 속에 819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하 양원은 협의를 거쳐 단일안을 만들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송하게 된다.

하지만 상원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중 단 3명만이 찬성표를 던지는 등 공화당이 여전히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예상 배정을 둘러싼 하원과의 이견도 심각한 상황이어서 향후 협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금융안정대책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민관 투자펀드(PPIF) 설립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투자자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 투자펀드를 만든다. 펀드는 우선 5000억달러 규모로 출범한 뒤 추후 최대 1조달러로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안정기금(FST) 설립=또 금융회사의 자본 확충을 위해 금융안정기금을 만든다. 은행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은행으로부터 우선주를 받는 방식이다. 자산 1000억달러 규모 이상이거나 자금지원이 필요한 금융회사는 대출 확대와 잠재손실 흡수를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지를 판별할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가 실시된다.

◆대출 확대= FRB는 그동안 운영해왔던 긴급유동성 지원창구인 자산담보부증권 대출창구(TALF)의 지원규모를 1조달러까지 확대한다. 주택압류 위기에 몰린 모기지 대출자들을 구제하고 소비자 대출 및 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재무부는 TALF에 1000억달러를 투입한다. 연준은 AAA 등급의 대출 담보 채권을 매입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차기태 기자 ram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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