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과 서유럽, 일본 등 선진 경제권이 이미 '불황'(depression)에 빠졌다고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지난 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시아 15개국 중앙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의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선진 경제권이 불황에 빠졌다고 말하고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을 더 낮출 수도 있다며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스트로스-칸 총쟁의 이 같은 발언이 지금까지 세계 경제상황에 대해 주요 정치 인사가 한 발언으로는 가장 암울한 것이라며 정치 인사들은 보통 '불황'이라고 하면 1930년대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피해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지난주에 세계 경제상황을 묘사하면서 '불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그의 측근이 바로 이를 '실언'이었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의장도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스트로스-칸 총재가 제시한 것처럼 나쁘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서머스 의장은 8일 ABC 방송의 '디스위크'에 출연해 "우리는 분명히 대공황 때와는 매우 다른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25%까지 달하고 생산은 급감했던 대공황 이후 폭넓게 인정되는 불황에 대한 정의는 없지만 전직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존슨 MIT 교수는 불황이란 단어가 심각한 경기위축이 약 5년간 지속되는 경우를 뜻한다면서 이런 정의로 보면 1990년대의 일본이 불황에 빠진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