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KB · 신한 ·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과 관련,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과 시행령,금융위원회의 은행업 감독규정 등에 사외이사 관련 조항이 부실해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지위를 활용해 금융회사와 거래를 하는 등의 이해상충을 막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위의 은행업 감독규정 16조엔 '당해 금융기관에 대해 회계감사 세무대리 법률 경영자문 등의 용역을 제공한 자는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해당 금융회사에 물품계약 등을 맺는 경우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법률이나 세무대리 등 금액이 1억원 이하는 안 되고 수십억원에 이르는 물품계약은 괜찮다는 조항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40조와 시행령 19조도 문제가 된다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법 40조는 '중요 거래 관계에 있는 법인의 상근 임직원 등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고 해 놓고 시행령 19조에선 중요 거래에 대해 '금융지주회사와 매출총액의 100분의 10 이상 금액에 상당하는 단일계약을 체결한 법인'이라고 구체화했다.

하지만 사외이사가 자회사만을 관리하는 지주회사와 거래관계가 있을수 없기 때문에 이 조항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다. 이 조항에서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 및 해당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규정해 놓아야 확실하게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지주회사 2곳에서 사외이사 거래에 따른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일부 사외이사가 국민은행과 대출 및 물품공급 등의 거래를 맺고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에도 일부 재외동포 사외이사가 신한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KB금융지주 안팎에서 금감원 조사를 계기로 사외이사 수와 선임 및 연임과정에 대한 내부규정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9명으로 이사회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또 사외이사의 선임 및 연임을 사외이사들이 결정한다. 다른 사외이사들로부터 환심을 사거나 서로 밀어줄 경우 최대 9년까지 사외이사를 지낼 수 있다. 이날 KB금융지주의 이사회 의장인 정기영 사외이사(계명대 교수)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