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밸브 제조사 직원들이 2002년부터 5년여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등 8개국 15개 기업에 162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하고 계약을 따냈다고 법정에서 진술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 일간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 인터넷판은 지난 7일 캘리포니아주 소재 한 밸브 제조사의 간부였던 리처드 몰록(55)이 3일 샌타애나 연방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한국 등 4개국의 공기업에 62만8000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간부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재정 담당자로 일하면서 한수원,중국의 페트로차이나,루마니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공기업 등에 뇌물을 주고 그 대가로 회사가 약 350만달러의 이익을 거뒀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에 앞서 이 회사의 또 다른 직원 마리오 코비노는 지난달 8일 재판에서 역시 한국 중국 브라질 인도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공기업에 약 100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하고 계약을 따낸 혐의를 인정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한수원은 직원들이 돈을 받은 것인지,접대를 받은 것인지를 파악해 문제가 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 감사실은 2003년 3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이 회사와의 거래 관계를 확인하고 밸브 구매담당 직원에 대해 직급을 망라해 조사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5년여간 밸브 구매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직원이 200명이 넘어 각 개인의 관련 여부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문제의 밸브회사 한국지사 관계자에게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8일 간부회의에서 "사실 관계를 철저하게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