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40나노 D램 개발, 3분기 양산

경기 침체로 우울한 한국 경제에 그나마 수출 주력제품인 반도체가 잇따라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세계 D램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최근 모두 40나노(10억분의 1m)급 D램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해외 경쟁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고, 앞으로 경기 회복기 또 한 번의 도약을 기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국내업체 3분기 40나노 D램 양산

하이닉스는 8일 세계 최초로 40나노급(44나노) 공정 기술을 적용한 1기가비트(Gb) DDR3 D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40나노급 D램 개발은 반도체를 만들 때 얇은 원판 실리콘 웨이퍼 위에 그리는 회로의 폭을 40나노대까지 줄였다는 뜻이다.

하이닉스는 3분기에 40나노급 DDR3 양산에 들어가고, 2010년부터는 다양한 용량의 DDR3 제품을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 시장에 등장한 DDR3는 DDR2보다 다양한 전압 선택이 가능하다.

동작 속도도 빨라 2010년 상반기께 D램 산업의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D램이다.

앞서 4일 삼성전자는 DDR3가 아닌 DDR2 D램에서 '40나노 세계 최초 개발'을 선언했다.

2005년 처음 60나노급 D램을 개발한 삼성전자는 이후 2006년 50나노급을 거쳐 2009년 40나노급까지, 끊임없이 세계 반도체 미세공정 진화를 선도하고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이 40나노급 기술을 DDR3에 바로 적용, 올해 3분기부터 40나노 2기가 DDR3를 양산할 예정이다.

지난 2006년 50나노급을 개발하고 2008년 양산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해 매우 공격적인 기간 단축이다.

◇ 경쟁력 2~3년 앞서….'치킨게임 승리' 눈앞에

반도체 산업에서 미세공정 기술 우위는 곧 경쟁력의 근원이다.

반도체 회로 선폭(線幅)이 가늘수록 칩이 작아지고, 칩 크기가 작을수록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에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40나노급 D램의 생산성이 기존 50나노급에 비해 50~60%나 뛰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회로가 가는 만큼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압도 1.5V에서 1.2V로 낮아 소비 전력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현재 50나노급 공정을 운영하는 업체도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뿐이다.

나머지 해외 경쟁업체들은 대부분 60나노, 70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국내 업체들이 일제히 3분기 이후 40나노 공정까지 가동하면, 대만.미국.일본 업체들과의 기술력 격차를 다시 2~3년 정도 벌릴 수 있다.

이런 40나노 기술 선점과 생산성 제고는 2년여 동안 지루하게 이어지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치킨게임'에서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5위 업체 독일 키몬다는 이미 지난달 파산을 신청했다.

3위 일본 엘피다는 작년 4분기 영업적자가 3분기보다 2배 이상 커져 영업손실률이 93.7%에 이른 상태다.

대만의 난야도 4분기 영업손실률이 무려 105%를 웃돌았다.

이에 비하면 각각 14%, 52% 수준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작년 4분기 영업손실률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어려운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여전히 기술력, 생산성 우위를 바탕으로 국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D램 가격이 반등 국면에 접어들면 40나노를 앞세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LIG투자증권 최승훈 연구원은 "생산력의 50%를 차지하는 리치먼드 라인을 폐쇄한 키몬다는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고, 대만 업체는 대부분 순차입금이 2조 원을 넘을 만큼 재무구조가 나쁘고 양산 기술이 60~70나노 수준에 머물러 원가 경쟁력에서 한국 업체보다 30% 뒤처진다"며 "결국 앞으로 DRAM 업계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지배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해 1조9천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하이닉스는 일시적으로 자금력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만큼 D램 경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가 회생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차입과 유상증자로 8천240억 원을 마련했고, 앞으로 장비 매각 등 자구 계획을 통해 약 1조 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