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6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은행에 선제적인 공적자금 투입 문제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혀 실현 가능성이 주목된다.

윤 내정자는 이날 민주당 강봉균 의원이 "추경을 빨리 편성해 (은행에) 공적자금을 넣어라"고 주문하자 "필요하다면 그런 것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도와달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면 결국 공적자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의 지적에 대해 "BIS비율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공적자금 투입의 필요성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BIS 비율의 악화 우려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과 기업 구조조정을 꺼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은행에 직접 자본을 수혈해야 한다는 것이 일부 의원의 주장이다.

은행들이 이용을 꺼리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상 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면 BIS 비율이 8% 아래로 떨어져 부실 판정을 받아야 한다.

작년 9월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평균 BIS 비율은 평균 10.86%로, 모두 8% 이상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도 모두 8%를 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은행에 공적자금을 넣으려면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

또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국제적인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병행하는 공적자금 투입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이 악화하면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지만 윤 내정자의 발언은 지금 당장 그럴 상황은 아니고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의 하나로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가속하고 기업 구조조정 확대로 은행들의 부실이 커져 BIS 비율이 빠르게 떨어질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카드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일단 이달 중에 조성 예정인 20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은행들의 자본을 늘려줄 예정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정부의 경영 간섭을 우려해 지원받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게다가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은행에 자본확충펀드 신청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밝혀 얼마나 많은 은행이 신청할지도 불투명하다.

윤 내정자는 이 펀드와 관련, "은행들이 경영 개입을 우려하는데 경영 독자성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접점을 찾을 것"이라며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는 향후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은행들의 BI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해 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기 추락과 은행 건전성 악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면 공적자금 투입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