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사 "경영난 심화로 인상 불가피"
레미콘, 건설사 "일방적 통보..수용 못해"


건설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멘트 업계가 올들어 일제히 가격 인상을 결정하고 관련 업체에 통보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인 레미콘, 건설사들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시멘트 가격을 둘러싼 시멘트, 레미콘, 건설사의 '3각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등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올해부터 시멘트값을 t당 7만2천원으로 종전 5만9천원 대비 22%(1만3천원) 인상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종전 t당 5만9천원에서 7만4천-7만4천500원으로 25-26% 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가격 협상이 되지 않자 이번에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통보하고 지난 달 말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해부터 환율이 크게 올라 시멘트 생산의 주원료인 수입 유연탄 결제대금이 늘어난데다 누적 경영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성신양회의 경우 2007년 222억원 가량의 영업이익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2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는 등 2006년 이후 3년 연속 손실이 발생했다.

쌍용양회도 지난해 3분기까지 1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06년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양 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손실은 각각 458억원, 1천60억원이 넘는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멘트사들이 주연료로 사용하는 중국산 유연탄 가격이 현재는 t당 100달러 이하로 하락했지만 지난해 t당 185달러까지 치솟았을 때 구입한 유연탄이 원가에 반영되고 있고, 전력비ㆍ운임비 등도 최근 1년 새 10-15% 상승했다"며 "기업 생존을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멘트의 주요 수요처인 레미콘사들은 쌍방 합의도 없이 시멘트 업계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레미콘사들은 지난 달 말 시멘트 업체가 발송한 세금계산서를 돌려보내는 등 거부 의사를 분명히하고 있다.

한 중견 레미콘사 관계자는 "시멘트 생산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하락 추세인데 단번에 22%나 올려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레미콘 업체들도 불경기로 경영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데 수요자 입장은 배제하고 시멘트값만 올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시멘트값을 올리면 레미콘 가격도 올라야 하는데 건설시장 침체와 건설기업 퇴출 등 여건이 좋지 않아 건설사가 이를 수용할 리 없다"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건설사들 역시 "시멘트 업체의 일방적 가격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며 세금계산서를 돌려보내고 있다.

업계는 시멘트 가격을 둘러싼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 업체들은 이번에 가격을 올려주지 않을 경우 공급 중단 등의 '초강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한 임원은 "건설 침체의 골의 깊어지면서 가격분쟁이 계속된다면 모두에게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적정한 가격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