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셰 총재 "2% 미만도 가능"…3월 추가인하할 듯
英은 0.5%p인하…315년래 최저


유럽중앙은행(ECB)이 5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과 체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금리를 2.25%포인트 인하한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005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인 현재의 2%로 유지하기로 했다.

ECB는 그동안 숨 가쁘게 금리인하를 단행한 만큼 일단 경제 상황을 관망하면서 향후 전망을 분석한 뒤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압력은 완화된 반면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면서 금리를 2% 미만으로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0% 금리'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리셰 총재는 "내외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 내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경제의 "불확실성 정도가 여전히 이례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에도 "다음 회의는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중요한 만남은 3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2월 동결, 3월 인하를 강력히 시사했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1월 물가상승률은 1.1%로 지난해 7월의 4%에 비해 급격히 둔화됐다.

ECB는 물가안정 목표를 2%에 조금 미달하는 수준으로 잡고 있어 물가만 보자면 금리인하 여력이 충분한 셈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하는 등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기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것도 금리인하의 시급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ECB가 과연 다른 나라들처럼 0% 근처까지 금리를 낮출 것인지 여부이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0%도 적절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런던에 있는 자문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AFP 통신에 "경기 약세와 저물가에 따라 결국 ECB가 0% 근처까지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일본은행이 사실상 제로금리를 선언했고 영국의 잉글랜드은행도 이날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낮춰 1694년 은행 창설 이후 315년 만에 최저인 1%로 조정했다.

ECB는 최근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ECB의 굼뜬 대책 때문에 세계 주요 경제권 중에서 유로존의 경기가 가장 늦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유니크레딧의 마르코 아눈지아타 수석연구원은 "추가 통화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면서 "가장 큰 위험은 유로존의 붕괴가 아니라 유로존의 경기침체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많은 전문가는 경기침체의 정도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점을 들어 ECB가 기준금리를 올해 중반에는 1%까지 낮출 것이며 연말에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0%대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지난 5개월 동안 금리가 4%포인트나 떨어지면서 0%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잉글랜드 은행은 세계경제가 '심각한 동조 하향세'를 보이면서 "중기적으로 2%인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에 미달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의 CPI는 지난해 12월 3.1%를 기록했으나 식료품과 에너지가격의 하락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2%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체코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 금리를 1.75%로 0.5%포인트 낮췄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