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금융위기' 다시 고개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세계적 금융위기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독일과 스페인의 최대은행인 도이체 방크, 방코 산탄데르가 5일 대규모 적자를 발표하면서 '유럽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도이체 방크의 지난해 실적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도이체 방크는 이날 실적발표를 통해 세계금융위기가 심화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 48억유로(한화 약 8조5천억원)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이로써 지난해 연간으로 39억유로(약 6조9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요제프 애커만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4분기의 영업환경이 유례없이 악화되면서 우리 사업모델의 일부 약점이 노출됐다"면서 "실적이 실망스럽지만 주주들의 신뢰와 지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주당 50센트의 현금배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 방크는 2007년 주당 4.5유로를 배당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도이체 방크의 주가는 실적 악화와 올해 전망에 대한 불투명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개장 초 9% 이상 하락했으나 이후 낙폭을 줄여 오전 11시30분(현지시각) 현재 2.52% 하락한 20.72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방코 산탄데르도 이날 작년 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 대비 22% 하락한 19억4천만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방코 산탄데르는 또 작년 한해 순익이 지난달 예고한 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2% 줄어든 88억8천만유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은행의 지난해 총자본 이득은 35억7천만유로로 기록됐다.

방코 산탄데르는 그러나 작년 한해 대출 부실 규모가 142억유로를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대출 부실 규모는 전체 대출금액의 2.04%에 해당하는 것으로, 1년 전의 0.95%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며 작년 9월 1.63%보다도 높은 것이다.

은행 측은 순익이 이처럼 하락한 것은 버나드 메이도프 사기사건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위한 고객배상비용으로 3억5천만유로를 배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측은 메이도프 사기에 따른 개인 고객의 손실을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배상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앞서 작년 12월 메이도프 사기사건으로 모두 23억3천만유로의 피해를 봤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스웨덴의 SEB은행은 부실채권으로 경영압박이 커지면서 이날 20억 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SEB 은행도 4분기에 내수시장, 그리고 최근 영업을 확장한 발트해 연안지역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가 독일 정부의 자본 투입에 따라 부분 국유화됐다.

독일 정부는 금융시장안정화기금(Soffin)을 통해 100억유로의 자본확충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이 은행의 지분 25%+1주를 보유하게 됐다.

코메르츠방크는 또 독일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정부의 지급보증을 받아 5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최근 독일 3위 은행 드레스드너 방크를 합병한 코메르츠방크는 지난해 11월 분기실적이 적자로 전환한 뒤 정부에 자본기반 강화를 위한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했었다.

(파리.베를린연합뉴스) 이명조.김경석 특파원 mingjoe@yna.co.kr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