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에 녹색 옷을 입혀라.'최근 국내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녹색변환'(Green Transformation)이다. '산업의 그린화'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환경 규제를 뛰어넘어 생존하는 동시에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필요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은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중공업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주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여건은 '녹색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아니면 갈수록 수출도 어려워지고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유치하기도 힘든 방향으로 급변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녹색 변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 고효율화는 물론 생산 · 마케팅 · 물류 · 사후서비스 등의 전 생산과정을 친환경 · 저탄소형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산업 녹색화 견인차,4대 그룹

녹색 변환의 견인차는 삼성 현대 · 기아차 LG SK 등 이른바 '4대 그룹'이 앞장서 이끌고 있다.

삼성은 그린 비즈니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설정하고 '경영의 녹색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은 태양광발전 분야를 신수종사업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에버랜드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그린카는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생존 키워드다. 작년 말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201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30g 이내로 줄이기로 합의했고,지난달 출범한 미 오바마 정부도 2020년까지 미국 신차의 평균연비를 갤런당 35마일(ℓ당 14.8㎞)로 개선시키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따라 현대 · 기아차는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진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차 양산 시점을 올 하반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LG그룹은 태양광발전과 LED 사업 등 친환경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LG그룹은 친환경 사업 추진의 효율화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녹색경영을 위해 '그린에너지' 프로젝트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정유 석유화학 통신을 주력으로 삼아왔다면 앞으로 10년은 녹색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SK는 이를 위해 2010년까지 저탄소 녹색기술 관련 연구개발(R&D)에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 산업계로 확산되는 녹색변환

그린 경영은 4대그룹 이외의 다른 대기업들도 적극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향후 10년 뒤 매출을 지금보다 3배 확대키로 하고 이를 위한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그린에너지 분야를 설정했다. 포스코는 연료전지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공업 기업들도 녹색경영을 공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풍력설비와 태양광 설비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전라북도와 풍력발전설비 제조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 공장에서 2013년까지 연간 800㎿급 풍력발전기를 생산해 미국 유럽 중국 등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해외기업 지분투자를 통해 그린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밥콕은 최근 총 100억원을 투입,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친환경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캐나다 HTC 지분 15%를 인수했다. 두산중공업은 풍력 연료전지 등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표준적인 전동기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고 에너지 효율도 높은 '고효율 전동기' 사업을 강화 중이다. 앞으로 세계 7대 전동기 생산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게 효성의 목표다. 한화그룹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그린 에너지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녹색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국내와 선진국 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며 "국내 기업들이 녹색변환 작업을 지금보다 가속화하고 정부가 적절한 정책적 지원에 나선다면 녹색 산업은 성장 정체에 빠진 한국 경제의 신수종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