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40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D램을 개발하는 등 반도체 분야 신기술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실적 부진을 정면 타개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먹혀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D램 가격 하락으로 적자를 보면서도 공장을 돌려야 하는 '반도체 치킨게임'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5위 기업인 독일 키몬다가 파산한 데 이어 대만의 후발업체 프로모스도 파산 위기에 처해있다"며 "공급 감소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면 기술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 행진 재시동

삼성전자가 4일 개발,오는 3분기부터 양산하는 40나노 D램은 고용량의 메모리칩이 필요한 소형 IT기기 시장을 노린 제품이다. 칩 크기가 작아져 IT 기기의 소형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반 PC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50나노 D램보다 전력을 30% 이상 덜 먹고,가격경쟁력도 기존 D램보다 높다.

지난달 공개한 세계 최초 4기가비트(Gb) D램도 업계 파급력이 큰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Gb D램은 서버용 컴퓨터 시장을 노린 제품이다. 서버 시장의 최대 고민은 급증하는 전력 소모량이다. 삼성전자의 신제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4Gb D램은 기존 제품보다 전력이 40%가량 덜 먹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완제품 시장에서 시작된 '그린IT' 열풍이 반도체 등 부품 분야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업계 트렌드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탁생산으로 업역 확대

삼성전자는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구조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설계회사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대신 생산해 주는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을 강화하기로 하고 지난 3일 세계 최대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회사인 미국 자일링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FPGA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으로 회로 변경이 불가능한 일반 반도체와 달리 용도에 맞게 회로를 다시 새겨넣을 수 있는 제품이다.

서울에 있는 본사 스태프 조직의 70%를 기흥 등 일선 현장에 파견하는 것을 뼈대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품 개발 및 영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가 승부처

업계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올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몬다의 파산과 반도체 업체들의 잇따른 감산으로 D램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주력제품인 1Gb DDR2 D램의 현물거래가격은 4일 현재 1.08달러로 올랐다. 지난달 9일 0.84달러와 비교하면 26.76%나 가격이 오른 셈이다. 이 제품의 현물거래가가 1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24일 1.01달러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업계에서는 고정거래가의 선행지수인 현물가격 상승을 반도체 업황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고정거래가는 대형 거래선에 납품하는 기준 가격을,현물은 스폿(spot)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각각 의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기에 시장을 지배하는 업체가 향후 업계를 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신제품들의 양산시점을 하반기로 잡은 것은 이 시기가 업체간의 우위를 결정하는 승부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