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이 4일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한 삼성SDI의 도전과 성공 사례를 '학습'했다. 삼성 사장단은 이날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정례 회의에서 김순택 SDI사장으로부터 2차 전지 등 에너지사업 진출 전략과 사업구조 개편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사장단회의에 외부 강사나 금융계열사 사장들을 초청해 경제 동향 브리핑을 들어온 전례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일이다.

사장단은 "최고일 때 변화를 미리 준비하고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삼성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SDI는 2007년 5726억원의 적자를 내며 그룹 내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으나 글로벌 불황 속에도 지난해 13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인상적인 '턴 어라운드'를 일궈냈다. 주력 업종도 브라운관(CRT),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등 디스플레이에서 2차전지 등 에너지 분야로 과감하게 바꿨다.

김순택 사장은 회의에서 최고 실적을 냈을 때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해 선행 노력에 나선 것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9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004년부터 과감하게 사업구조 개편작업을 시작했다"며 "지난해 흑자 전환을 한 데 이어 앞으로는 청정 에너지 제조 및 서비스 업체로 변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체에서 에너지 시스템업체로 변신했고 앞으로는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에너지 솔루션업체로 또 한번 진화하겠다는 의미다.

삼성 관계자는 "SDI 사례를 통해 다른 계열사 사장들도 경영 환경 변화를 미리 감지해 선행적으로 사업 조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