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 영향으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작년에 은행들의 순이익 규모는 전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서도 순이익이 20~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은행 순이익 5년 만에 최악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8개 국내 은행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7.4% 감소한 7조9천억 원으로 2003년 1조9천억 원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9조9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5조4천억 원 늘어난 것이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상승하면서 은행들이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했고 이에 따라 이익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작년 말 국내 은행의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은 1.08%로 전년 말 대비 0.34% 상승했다.

이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1.46%로 전년 말 대비 0.54%포인트나 급등한 결과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의 연체율은 작년 말 0.34%로 0.03%포인트 하락했지만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1.70%로 0.70%포인트 급등했다.

대출규모 증가 영향으로 이자이익은 2조8천억 원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비이자이익은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관련이익이 급감하면서 5조5천억 원 줄어든 것도 은행들이 이익감소로 이어졌다.

총운용자산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순이자마진(NIM)은 2.29%로 전년 대비 0.15%포인트 하락했고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49%, 7.29%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기업 구조조정 결과가 일부 반영된 작년 4분기에는 은행들이 3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다.

◇ 올해 순이익 30% 감소 전망
실물경제의 침체가 가속화됨에 따라 올해 은행들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의 경영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여신 증가와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올해 은행들의 순이익이 작년에 비해서도 20~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의 파격적인 금리인하로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크게 낮아진 반면 수신금리 하락폭은 이에 미치지 못해 예대금리차가 급격히 줄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1.30%로 11월 말에 비해 0.28%포인트 하락했고 담보대출 금리조정이 추가로 이루어지는 올해 1월 말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작년 실적은 금융위기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해외 금융기관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다만 부실채권 증가로 대손충당금이 늘어날 올해 6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순이익이 3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대손충당금이 늘어나고 마진율이 떨어짐에 따라 올해 은행들의 순이익은 20~30%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에 경기하강이 완화되고 구조조정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