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률 34%..체감도는 아직 낮아

정부와 국책금융기관, 한국은행 등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연간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자금을 민간부문에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실물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당초 정부가 투입키로 한 금액의 3분의 2가 아직 집행되지 않은 데다 그나마 시중에 공급된 자금도 안전자산과 우량 기업에 몰리는 바람에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견.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한은.국책금융기관 등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잇따라 발표했던 원화 및 외화유동성 공급과 지급보증 계획을 모두 합하면 모두 390조4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연간 예산(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284조5천억원의 1.37배에 이르는 규모로 정부의 재정투입, 한은의 통화공급, 국책 금융기관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까지 집행된 자금은 132조2천억 원으로 발표된 액수의 33.9%로 계산됐다.

◇ 외화.원화 유동성 대규모 투입
외환시장은 당국의 대규모 자금투입으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으나 아직 정상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한은이 작년 9월 리만브러더스 사태 이후 4개월여 동안 시중에 푼 외화자금은 385억 달러(한화 51조5천억 원: 이하 리먼사태 이후 평균환율 1,337.37원 적용)로 당초 발표한 총 외화유동성 공급액 550억 달러(73조5천억 원)의 70%에 이른다.

또 총액 300억 달러(40조1천억 원) 규모로 체결된 한미 통화스왑자금 가운데 54.6%인 21조9천억 원이 시중에 풀렸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6월 말까지 1천억 달러(133조7천억 원) 규모로 18개 은행의 외채를 지급보증하기로 한 계획의 경우, 지원을 신청한 은행이 없어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원화시장 안정을 위해 작년 9월 이후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및 매입, 통안증권 중도 환매, 국고채 매입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 금액은 19조5천억 원에 달한다.

정부가 각각 1조4천억 원, 1조 원을 출자한 산업은행(11조5천억 원)과 기업은행(5조5천억 원)의 기업대출 잔액은 작년 9월 이후 총 17조 원 늘었다.

두 국책은행은 정부 출자에 따른 대출여력 확대분 28조8천억 원(BIS 비율 8% 적용시)의 59.0%를 작년 9월부터 넉달간 투입했다.

◇ 감세 등 각종방안 총동원
정부가 각각 9천억 원, 2천억 원을 출연한 신용보증기금(3조9천억 원)과 기술보증기금(1조7천억 원)도 작년 9월이후 보증규모를 5조6천억 원 늘렸다.

이는 정부의 추가 출연으로 확대된 보증여력 12조4천억 원의 45% 수준이다.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총 10조원 규모의 절반인 5조 원 규모로 작년 12월에 출범했다.

총 20조원 규모로 예정되고 있는 은행 자본확충펀드는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작년에 발표한 51조 원(2012년까지 예정) 규모의 감세 및 추가 재정지출 계획은 작년 말까지 약 11조 원 가량 집행됐다.

정부는 유가환급금(3조5천억 원)을 포함해 6조6천억 원의 세금을 돌려줬고 4조6천억원 상당의 추경 예산안도 집행했다.

◇ 신용경색 여전
정부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고 있지만 자금시장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달 단기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에 20조 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는 등 자금시장이 단기 부동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파격적인 금리인하로 2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3.78%로 낮아졌지만 같은 만기의 신용등급 AA- 회사채와 신용등급 BBB- 회사채는 수익률이 각각 7.49%, 12.42%로 여전히 높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은 여전히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은행들도 대기업과 우량 대기업을 위주로 대출함에 따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자금경색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까지 미치려면 채권펀드의 적극적인 자금집행 등을 통해 마찰적 신용경색을 해소하고 부실 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신용위험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