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5조..이달 중순 1차 신청

금융팀 = 국내 18개 은행 가운데 1차로 6~7곳이 정부로부터 총 4조~5조 원의 자본을 수혈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순 조성 예정인 20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에 은행들이 지원 신청을 할 기회를 2차례만 줘 경기 악화와 기업 구조조정 확대에 대비한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독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 6~7개 은행 신청 검토
3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3개 자회사, 기업은행, 외환은행, 농협, 수협 등 7곳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비율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작년 말 기준 9%)를 맞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이 비율이 7%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보이자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2조 원가량을 지원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기본자본비율이 각각 7.6%, 7.8%로 추정돼 3천억 원씩의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농협은 이 비율이 6%대 중반, 수협은 6.5%로 각각 1조 원 안팎, 3천억 원 정도의 자본 수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은행은 기본자본비율이 7%대 후반으로 5천억 원 이상의 지원을 신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은 이 비율이 8%대 중반으로 정부에 손을 내밀어야 하는 처지이지만 신청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권고치에 미달한다고 해서 자본확충펀드의 수혈을 받아할 의무는 없다.

외환은행을 제외한 이들 6개 은행이 정부 지원을 요청한다면 그 규모는 4조4천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다음 주 정도면 작년 말 기준 결산을 마치고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신청할지와 신청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은행권에 최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한 16개 건설.조선사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액 1조7천800억 원을 반영해 작년 말 기준 BIS 비율을 산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이 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자본확충펀드의 1차 지원 규모가 5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 "경영간섭 않는다"..지원 기회는 2차례
정부는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더라도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다만 지원 대가로 적극적인 중소기업과 가계 지원, 기업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 보증 대가로 양해각서(MOU)를 맺었을 때 임원 임금 삭감, 중소기업 대출의 일정 비율 유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경험한 적이 있는 은행들은 비슷한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으면 기업 대출과 구조조정 여력이 커지지만 정부의 부인에도 경영 간섭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는 은행들의 원활한 실물 경제 지원과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실탄을 넣어주는 것으로, 경영 간섭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고 기업 구조조정이 확대되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선제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달 중순과 3월 결산이 이뤄지는 4~5월 등 2차례만 펀드 지원 신청을 받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은행들이 이 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며 "펀드 지원을 받아 자본을 늘려놓는 것이 대내외 신인도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