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보고서…에너지기업 인수합병 붐도 예고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유전 개발 열기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원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벌어졌던 광구 탐사의 풍경과는 딴판이다.

2일 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의 석유개발 관련 보고서를 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세계 석유개발 움직임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높은 생산비용으로 경제성에 의문이 드는데도 아랑곳없이 각 석유회사가 앞다퉈 뛰어들며 과열 양산까지 빚었던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 프로젝트는 물론 신규 광구 투자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연기 또는 축소되고 있다.

먼저 셸(Shell)사(社)는 아싸바스카(Athabasca) 오일샌드 개발 2단계 추진 일정을 늦췄다.

넥센(Nexen)사와 CNR(Canadian Natural Resources)사 등 캐나다 석유회사들도 오일샌드 프로젝트를 뒤로 미루려고 모색하고 있다.

또 세계 금융시장 경색으로 말미암아 투자금을 끌어모으기 어려워지자 신규 광구 탐사에 대한 투자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 파이어니어사는 2009년 투자규모를 전년(10억 달러)과 비교해 30∼60% 줄일 계획이며, XTO에너지사도 올해 투자액을 애초 예상액(46억 달러)보다 15∼20% 축소할 뜻을 나타냈다.

그동안 이들 북미 지역 중소규모 석유회사는 주로 주식 발행이나 대출, 프로젝트 파인낸싱(PF)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유가 급락으로 주가가 내려가고 글로벌 금융경색으로 신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면서 결국 새로운 광구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것.
실제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작년 7월 초를 기점으로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08년 말 현재 연초 대비 60% 떨어진 배럴당 36달러 선을 기록했다.

반면 보고서는 유가 하락으로 자산가격이 내려간 중소 규모 에너지 기업에 대한 대규모 인수합병(M&A) 붐이 일어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듯 작년 8월 인도 국영 석유회사 ONGC사가 러시아에서 석유생산활동 중인 임페리얼 에너지사를 26억 달러에 인수했고, 프랑스의 BP사가 우드포드(Woodford) 셰일가스의 자산을 17억5천만 달러에 사들였다.

보고서는 석유 메이저 등 현금이 풍부한 석유회사들을 중심으로 중견 석유사들에 대한 사냥에 나서는 등 앞으로 M&A 시장이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런 M&A 기회를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최근 석유공사는 10조 원대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SK에너지도 올해 들어 1월에만 카자흐스탄 잠빌광구, 브라질 Bar-3 광구 확보에 나서는 등 석유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