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팀 =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담당 국장이 내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인 4%대의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우려와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IMF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네마리 용'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충격적인 마이너스 3.9%로 내놓으면서 암울한 한 해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올해 4분기 1%의 성장으로 전환점을 마련한 뒤 내년에는 다른 나라보다 빠르고 더 높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함으로써 기대 수준을 부풀렸다.

정부는 대외 의존이 높은 우리 경제구조상 글로벌 위기의 타격을 크게 받는 것이 불가피 하다고 보고 경기의 빠른 회복을 위해 올해 재정과 금융정책을 총동원해 내수를 부양한다는 방침이다.

◇ 한국 경제 깊은 추락
IMF의 아누프 싱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2일 발표한 기고문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은 작년 4분기 5.6% 감소했다"면서 "전세계적인 수요 감소로 인해 수출이 급격히 둔화하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결과였다"고 진단했다.

IMF는 지난달 28일 한국을 비롯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네마리 용'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1%에서 마이너스 3.9%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로 성장률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IMF가 같은 시기에 세계 경제 성장률을 2.2%에서 0.5%로 1.7%포인트 내린 것과 비교하면 하향 조정 폭이 3배를 넘는다.

여기에는 경기 하강으로 내수가 부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세계 무역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보호주의 경향까지 꿈틀대면서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4개국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파를 받을 것이라는 점이 감안됐다.

이런 움직임은 해외 투자은행들의 전망치와 흐름을 같이한다.

JP모건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5%에서 -2.5%로 낮췄고 모건스탠리도 2.7%에서 -2.8%로 큰 폭 하향 조정했다.

BNP파리바는 기존 -2.4%에서 -4.5%로, 골드만삭스는 1.8%에서 -1%로, 일본 노무라증권은 1.3%에서 -2%로 각각 내렸고 국제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2.4%, 무디스는 -2.0%로 전망했다.

국내 연구기관 중에서는 지난달 21일 수정치를 내놓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0.7%로 가장 낮다.

현대증권은 -0.7%를 예상했다.

◇ 내년 성장 4%대..1년새 8%P 수직 상승?
IMF의 아누프 싱 국장은 내년 우리나라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금융위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4%대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30일 SBS 토론회에서 "IMF나 월드뱅크는 내년 들어 한국이 가장 먼저 4.2% 이상으로 가장 높게 경제가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나는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IMF가 한국 등 아시아 4마리 용의 올해 평균 성장전망치를 마이너스 3.9%로 예측한 것을 감안하면 1년새 8%포인트대의 초고속 성장을 해야 내년 성장률 4%대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 11월, 12월 산업활동동향이나 고용동향 등 최근 심각하게 추락하는 한국경제의 여러 지표를 보면 내년의 급속 회복에 대한 의문은 당연하다.

하지만 올해 침체 폭이 클 경우 이는 기저효과로 작용하기 때문에 내년의 성장률이 높게 나올 수도 있다.

올해 큰 폭의 마이너스을 한다면 내년에는 작년만큼의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해도 큰 폭의 플러스 성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누프 싱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은 이 같은 기저효과 외에도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을 높게 평가했다.

은행의 자본 건전성이 양호하고 부실채권 비율이 낮으며 기업의 재무구조도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내수 부양에 재정.금융 '총동원'
정부는 내수 부양을 위해 재정과 금융 정책을 조기에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올 상반기에만 역대 최고인 예산의 60%까지 집행하기로 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경기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1분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른 나라가 대규모 재정을 동원한 경기 부양책을 세우고도 의회를 승인을 기다리는 것과 달리 한국은 이미 12월부터 올해 재정을 선집행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게 정부 자체 평가다.

금융위기 극복사업에 4조2천억 원, 사회인프라(SOC) 사업 7조 원, 민생안정 및 일자리 지원 5천억 원 등 총 11조7천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이미 집행 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재빨리 재정을 투입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이미 1월에도 계획보다 많은 재정이 지출됐을 정도로 경기 부양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1분기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추경 편성 등을 통해 추가 지원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 부문 또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2.5%를 유지하고 있어 추가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9월 금융위기 발발이후 22조원을 금융시장에 수혈했다.

김현욱 KDI 연구원은 "현재 위기는 세계경기 급락에서 오는 것이어서 수출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한정돼 있다"면서 "내수 시장 위축을 완화하는 정책들이 필요한데 가장 큰 것은 통화정책으로 금융 경색을 해소해 시장에 자금을 많이 돌도록 하고 재정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3분기까지 전년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정부가 내수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