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세계각국의 경기침체가 더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반기 바닥을 치고 하반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 작년 4분기 한·미·일 모두 ‘마이너스’

우리나라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 4분기에 마이너스 5.6%를 나타냈다. 한국의 성장률은 2007년 4분기 1.6%에서 작년 1-2분기 0.8%로 하락했고, 3분기에는 0.5%로 더 낮아졌다. 급기야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같은 성장률은 1998년 1분기의 마이너스 7.8%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쳐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전년 동월 대비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10월에 마이너스(-2.3%)로 반전했고 11월 -14.0%에 이어 12월에는 -18.6%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최대 폭으로 급감했다.

이는 주로 수출이 급속하게 위축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관 기준 수출증가율은 작년 9월 27.6%에서 10월 7.8%로 한자릿수로 추락했고 11월은 -19.5%, 12월은 -17.9%로 급감했다.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로 큰 폭의 경기후퇴를 겪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30일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3.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1982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었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같은 날 지난해 12월 산업생산지수가 전월보다 9.6% 하락했다고 밝혔다. 하락폭은 1953년2월 이후 가장 컸고, 생산수준은 1987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고 일본경제신문은 전했다.

◇ 상반기 바닥…하반기 회복?

지금까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상반기까지 수렁에 빠졌다가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과연 이런 전망대로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수출의 감소에 따른 경제위축을 겪고 있다. 지난달의 수출 감소는 주력 업종의 조업중단과 설 연휴 등으로 35%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무역수지도 작년 12월 5억4천만 달러 흑자에서 1월에는 약 40억 달러의 대규모 적자로 급변할 것이라고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수출감소로 말미암아 감산과 감원이 줄을 잇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NEC와 히타치 등이 판매 및 수출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공장가동 축소 및 대규모 감원계획을 세웠다.

미국도 소비위축으로 말미암아 보잉 캐터필러 홈데포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주요기업이 감원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1월 발표된 감원계획만 13만명에 가깝다.

이 때문에 올 들어서 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외부강연에서 "지금 상황은 수십 년 만에 처음 오는 심각한 경제수축기"라며 "올해 상반기에 (위기가) 끝날 것이라는 희망은 엷어지고 있고 내년부터는 좋아질지 어떨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도 지난달 20일 “모든 지표가 나쁜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서 세계경제와 일본 경제 모두 향후 수개월 안에는 호전되기 어렵다”는 경기전망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월가예상보다는 양호했다. 하지만, 재고가 급격히 늘어나 그 부담이 2009년에 나타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경제가 하반기에는 살아난다고 장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경닷컴 차기태 기자 ram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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