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는 가운데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가 사측에 생산물량 확대를 요구,논란을 예고했다. 27일 기아차 노조 홈페이지에 따르면 노조 산하 소하지회는 지난 19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사측에 공문을 보내 "작년 11월 프라이드 혼류 생산 관련 협의 때 약속했던 사항을 사측이 준수해야 한다"며 "합의서를 불이행할 경우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측의 도발을 박살낼 수 있는 대안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더 많은 임금 및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늘려 달라는 게 요구의 골자다.

기아차 노사가 작년 11월 맺은 합의서에는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노사가 공동 노력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노사는 당시 유연한 생산체제 구축을 위해 카니발을 생산하는 소하리 1공장에서 소형차 프라이드를 혼류 생산할 수 있도록 합의,작년 말부터 1공장에서 카니발과 프라이드를 동시에 생산해 왔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심화돼 잘나가던 프라이드마저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라이드를 전용 생산해온 소하리 2공장은 물량 중 일부를 1공장으로 넘겨야 하지만,2공장 노조원들이 거부하고 있다. 2공장은 기아차 전 공장 중 유일하게 정규 근무시간인 주 · 야간 8시간에 더해 2시간씩의 잔업과 주말 특근을 실시해 왔다.
카니발 · 프라이드를 혼류 생산 중인 소하리 1공장은 물량 확보가 어려워 잔업 · 특근을 실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오피러스 혼류 생산 설비를 추가하기 위해 당분간 공장 문까지 닫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이런 이유로 소하리 1,2공장 모두 2월 잔업 및 특근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자동차 산업이 공멸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노조가 '제 밥그릇 지키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합의서'를 근거로 잔업을 하지 않고도 잔업수당을 받아오다 회사 측이 이달부터 잔업수당 지급을 중단하자 반발하기도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