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 '수출 버블' 터져 흔들… 민간기업에도 공적자금 투입
그러나 미 소비자들이 물 쓰듯 하던 소비를 중단하자 세계 2위 규모인 일본 경제는 가파르게 하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작년 4분기(10~12월) 일본 경제성장률이 -10%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수십년간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키우라는 충고를 받았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중국 등 저임금 국가와의 경쟁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억제해 소비가 늘지 않았다. 수출은 2002년 이후 6년 동안 74% 증가했지만 국내 소비는 6.6% 늘어났을 뿐이다. 소비 둔화는 막대한 재정 적자와 정치적 이유로 정부가 과감한 정책을 취하지 못한 탓도 있다.
수출 침체의 파장은 크다. 소니는 2008회계연도에 14년 만의 첫 손실을 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세계 1위 자동차회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창사 이래 첫 영업 손실을 낼 전망이다. 비교적 안정적이던 실업률도 몇 달 뒤에는 상승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심리는 더 얼어붙어 일본 경제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일본은행은 경제성장률이 작년 -1.8%,올해 -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뿐 아니라 사상 처음 민간 기업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기 대책을 마련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출자기업의 도산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기업에 대해 정부가 손실의 50~80%가량을 지원하되 총액 한도를 1조5000억엔으로 정했다. 경제산업성은 이런 지원책을 담은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