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D램업체인 독일 키몬다가 지난 주말 파산을 신청하면서 2년여간 지속돼온 반도체업계의 '치킨 게임'(극단적인 가격인하 경쟁)이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만 D램 업체들도 일본 엘피다,미국 마이크론 등과 합병을 논의하는 등 업계의 재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키몬다의 이번 파산으로 세계 D램 시장에서 감소할 물량은 5%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 서플라이에 따르면 키몬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9.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만 이노테라 등의 생산량이 포함돼 있어 실제 감산량은 절반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다른 D램 업체들도 감산에 나서고 있어 올해 세계 D램 생산량은 10% 안팎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D램 가격이 이달 들어 보합세를 보이며 바닥을 다지고 있다"며 "키몬다의 파산만으로 가격 급반전은 어렵겠지만 2분기부터는 감산에 따른 가격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파워칩 난야 등 대만 D램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긴급 자금을 지원받는 한편 엘피다 마이크론 등과의 합병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D램업계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한국업체와 엘피다 마이크론 등과 연합한 대만업체간 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앞선 기술력과 원가 구조를 지닌 국내업체들이 유리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5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공정으로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밖에 없고,이들 회사는 올해 안에 40나노급 진입도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키몬다의 파산을 시작으로 D램 시장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며 "수급이 본격적으로 균형을 맞춰갈 경우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키몬다의 지분 77.5%를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인 독일 인피니온은 최근 7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돼 다음 달부터는 조업 시간을 단축하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