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촉발된 미국의 경기침체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대공황 때와 비교해 여러가지면에서 차이를 보이는데다 정부 당국의 능동적인 대응으로 대공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1930년대 초반 대공황 때와 지금의 미국 경제 사이에 차이점이 있지만 유사점도 꽤 많다고 미국의 MSNBC 인터넷판이 25일 지적했다.

이 방송은 지금 미국 경제가 여러모로 대공황 때와 닮은 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공황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회복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대응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공황 때와 지금의 미국 경제의 차이점은 우선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 각종 경기지표에서 드러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29∼33년 무려 27%나 급감한데 비해 올해 미국의 성장률은 -2∼3%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1933년 실업률은 25%에 달했지만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올해 실업률이 10%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는 파산한 은행이나 타의에 의해 인수합병된 은행의 수는 수십개에 불과하지만 대공황 때는 전체 은행의 3분의 1이 파산했다.

지난해 미국의 주가는 38% 하락했지만 대공황때는 90%나 폭락했다.

그러나 경기지표가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반등하기 전까지는, 경제가 얼마나 더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공황 당시 GDP성장률과 고용지표가 가장 심하게 추락했던 때는 경기하강이 시작된 후 4년째 되던 해였다.

지금의 경기침체가 터널의 끝이 아니라 서막에 불과한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크레디스위스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나일 소스는 MSNBC와의 회견에서 "대공황이 발발했던 첫해에는 아무도 대공황이 발발했는지 몰랐다"면서 지금도 상황이 안개속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앞으로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확실성은 지금이나 대공황때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이 MSNBC의 분석이다.

또 소비자 크레딧의 과다한 확장과 주택투자 열풍,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 열기, 주가의 이상 급등 등은 대공황이 터지기 직전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것이 이 방송의 지적이다.

특히 경기하강에 앞서 소득의 불균형과 극소수 상위층에 부의 상당 부분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 역시 대공황 당시와 일치한다.

30년대의 경기하강이 은행산업의 붕괴로 인해 더욱 가속화된 점도 현재 은행들이 모기지관련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어 전체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초래한 것과 흡사하다.

현재 글로벌 교역이 침체양상을 보이는 것 역시 30년대 전세계 무역의 급감으로 인해 경기하강이 심화됐던 현상과 닮은 꼴이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이런 불길한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정부와 중앙은행이 과거의 실패사례를 답습하지 않도록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대공황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크레디스위스의 소스는 정부의 개입이 30년대와 마찬가지로 `양날의 칼'과 같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투입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주 미 증시에서 은행관련주가 일제히 폭락한 것은 정부의 향후 수순이 은행의 국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다.

정부의 개입 자체가 시장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시장의 자율적 복원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낮추고 추가로 막대한 통화증발 조치가 이뤄짐에 따라 향후 경기회복기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 자산거품 현상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